매거진 끄적끄적

어두운 글

어둠의 필요성

by JJ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라고 하지 않았나? 왜 낮이나 아침, 저녁 시간이 아닌 밤에 이뤄진다고 하는 걸까?


새 생명이 태어나기 위한 행위 자체를 역사라고 칭하는 걸까?

잠자리 들기 전 나누는 은밀한 대화의 파장 때문일까?

모든 생명과 씨앗은 어둠 속에서 태어나기 때문일까?

어둠 속에 결국은 광명이 찾아오기 때문일까?


어둠, 부정 등의 단어들은 밝음, 긍정의 반대어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긍정을 예찬하고 숭배하는 동시에 어둠은 기피하고 배척하려 한다. 하지만 어둠이 없다면, 밤하늘의 빛나는 밝은 별도 볼 수 없을 것이고, 아침마다 떠오르는 찬란한 일출의 광경 또한 그다지 찬란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긍정은 긍정을 낳듯이, 부정은 부정을 낳는다. 부정이 많이 쌓이면 물론 정신 건강에 이롭지 않다. 그렇지만 긍정이 많이 쌓여서 무한 긍정이 된다고 좋으리란 법도 없다. 긍정이 긍정을 만드는 것에는 이의가 없지만 자기 합리화를 통한 긍정은 부정의 그것보다 더욱 위험하다.


부정을 부정하면 긍정이 된다고 믿는 경우

본인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고, 잘하고 있다고 믿는 경우

아무것도 안 하면서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헛된 믿음

오냐오냐 하며 버릇이 없어져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로 키우는 부모


피그말리온 효과, 긍정의 효과를 맹신하기 때문인 걸까? 사회의 단면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음양의 모든 부분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항상 밝기만 한다면 잠은 언제 자고, 휴식은 어떻게 취할 수 있을까? 어둠에서 밝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창출되는 대지의 촉촉한 생명의 아침 이슬은 반드시 밤이라는 존재를 필요로 한다. 어둠이 없는 밝음은 결국 자연의 생명력을 앗아가고, 인생의 사막화를 촉진하는 고문의 장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현실주의자인 글쓴이의 시선에서도 어둠은 그다지 유쾌하거나 달가운 주제나 손님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둡다고 느껴지는 글을 쓰는 이유는 그 속에 해답이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글을 어둡게 쓰려는 의도는 전혀 없지만, 빛에 가려진 사회적 문제점들의 어두운 단면은 그 자체가 매우 어둡고 부정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글의 느낌은 쉽사리 밝아지기가 힘들다.


문제점들을 감추고 숨기기에 급급해하기보다는, 그 문제들을 드러내고 밝히면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 우리 사회를 좀 더 밝게 해 줄 수 있는 방향성이 아닐까? 방법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겠지만 어두운 주제의 본질은 결국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부정적임을 두려워하지 말자. 부정적인 것을 싫어한다고 그 본질 자체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면, 결국엔 무엇이 똥이고 된장인지 분간조차 하기 힘들어진다. 부정적인 것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진실된 긍정의 힘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생명체들의 그 속은 어둠이 지배하고 있다. 겉으로는 빛을 반사하며 형체를 유지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항상 어둠을 품고 있는 것이다. 어둠이 없다면 밝음도 없고, 광명이 없다면 암흑도 없다. 서로서로가 때로는 주연, 때로는 조연이 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음양오행의 기본 원리 아닐까?


나의 어두운 단면, 타인의 어두운 단면, 더 나아가서는 이 세상의 어두운 일면들을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기르자. 분명 이 어두컴컴한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당신이 타인에게 뿜어내는 불빛이, 다른 이들에게는 암흑을 헤쳐 나올 수 있는 한줄기 생명줄로 뻗치기를 희망하며 글을 줄인다.


단점이 장점이 될 때, 한줄기 빛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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