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끄적끄적

내가 주식 투자를 꺼려하는 이유

어쩌다 알게 된 그들만의 리그

by JJ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입버릇처럼 잔소리하시며, 수십 번도 더 넘게 세뇌시킨 말씀이 있다.


"주식하고 보증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덕분에 어려서부터 잘 알지도 못하는 그것들의 위험성을 잘 인지하고 있기는 하였으나 아무리 위험하다고 할지라도 적합해 보이는 투자 수단을 그냥 지나칠 이유는 1도 없었다. 돈도 고여만 있으면 썩는다고, 한정된 여유 자산과 적당한 지식을 구비한 후 바로 실전 투자를 감행하였다. 초기 투자 자금은 백만 원, 술 한번 거나하게 마시고 없어도 될 돈이라고 생각되는 금액을 투자 금액으로 산정하였다.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대차대조표와 갖가지 회사 정보들을 들여다 보고, 차트를 훑어보며 예상 수익성을 예측한 후 점찍어놓았던 몇 개의 종목들에 분산 투자를 하였다.


입문 초보자의 행운 때문이었을까? 나의 분석과 예상이 맞았다는 착각 속에 구매한 종목들은 곧바로 수익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15% 수익금이 발생하였으니, 클릭 몇 번만으로 15만 원이라는 공돈이 생긴 것이다. '1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150만 원, 5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750만 원.' 도박의 확률은 매번 이기고 지고의 50%의 확률이지만, 5번 졌다고 5번 이긴다는 보장은 전혀 없는 것이 도박적 확률이다. 어쩌면 10번을 시도해도 10번을 질 수도 있는 것이 그 확률이지 않을까? 승패를 고려하지 않은 원초적인 산수로 아드레날린이 잔뜩 분비되어 눈에 뵈는 것이 없어져 버렸다. 그렇게 판돈은 어느새 최초 결심했던 100만 원이 아닌, 8천만 원을 넘기고 있었다. 결혼자금으로 열심히 모아뒀던 종잣돈을 합법적이라고 일컬어지는 도박판에 들이붓고 있었던 것이다.


'미래에는 환경오염의 여파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반드시 각광받을 거야!'
'예전에는 펀드로 100% 수익 냈으니, 이번에도 잘만 버티면 좋은 수익을 낼 수 있겠지.'
'인생은 장기전! 장타로 보면 분명 수익을 낼 수 있을 거야!'


큰돈을 투자하는 만큼 안전한 방법으로 고수익을 내고 싶었지만, 고수익은 항상 고위험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수익의 달콤한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당연한 사실들을 망각해버렸다. 그렇게 죽을 줄 알면서도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어리석게 주식판으로 뛰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큰돈을 투자하고 나니, 온 신경이 주식에 쏠렸다. 회사 업무에 집중을 못하고, 틈만 나면 주식창을 들여다보며 시세를 수시로 확인하는 탓에 정작 중요한 본업에 소홀해지는 안타까운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마구 요동치는 주식차트의 오르고 내림은 나의 가슴을 쉴 새 없이 철렁 이게 하였고, 눈에 보이지 않는 주식의 쇠사슬은 목줄처럼 나를 옭매여오며 삶의 질을 바닥까지 떨어뜨리고 있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괜히 투자했나? 차라리 적금을 부을 걸 그랬나?'


수익성이 지지부진하고,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해도 자꾸만 신경이 쓰여서, 정작 중요한 자기 계발에는 집중도 못하고 있는 꼴을 보고 있자니, 한심스럽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애초에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생각하고 묻어둘 계획이긴 하였으나, 나름 큰돈을 투자하고 나니 확인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일상생활을 원래 패턴대로 돌려놓기 위해 수익률은 최소한으로 확인하기로 다짐을 하고, 무관심한 척 생활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세계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예측 불가능했던 악재가 터질 때마다 나는 황급히 주식 어플을 실행시켜야만 했다. 하지만 악재를 미디어로 접한 이후에 확인하는 주식창은 이미 속된 말로 파란불로 물린 상태였기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었다. 지속적인 하한가는 나의 멘탈을 강하게 후려쳤고, 주식 투자 이전으로 돌아가 원금만이라도 회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푸념 섞인 후회도 수없이 하였다. 그렇게 나의 첫 종잣돈은 반토막을 넘어서 5천만 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던 중이었고, 나는 그냥 없었던 돈인 셈 치고, 끝까지 묻어둘 심산으로 쓰라린 속을 달래며, 주식창은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었다.


정말 너무나도 값비싸고, 배우기 싫은 교훈이었다. 친한 친구 녀석에게 한풀이하듯이 주식 얘기를 꺼냈더니, 그 녀석이 나에게 손절을 치고 나오라고 조언해 주었다. 나는 손해를 볼 수 없다며, 극구 반대하였지만 나의 손해를 고급 소스로 메꿔준다는 그 녀석의 확고한 말 한마디와 친구 녀석의 수익률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 후에 친구의 조언대로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손절을 진행했다. 그 이후에는 8천만 원에서 3천만 원으로 줄어든 원금을 가지고 친구 녀석의 지령에 따라 주식을 매수, 매도하였다.


이 정보들은 고위직 공무원에게 가는 소스들인데, 본인이 시키는 대로만 잘 따라오면 잃어버렸던 돈 이상으로 금방 메꿀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였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였지만 그 녀석을 따라서 주식 투자를 하다 보니,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 한 번의 손실도 없이 매번 수익을 맛봤다. 투자하려는 종목의 호재에 대해 말해주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 말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였는데, 며칠이 지나면 그 종목의 호재가 저녁 뉴스에 보도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소위 주가 조작 혹은 작전 세력인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투자 세력들의 정보력과 자금력은 어마어마했다. 우리는 뉴스에 방영되기 수일 전부터 저가 매수를 해 놓고 기다리고 있다가 뉴스 보도가 되면서 상한가를 몇 번 정도 치면, 아쉬움 없이 털고 나오기를 반복했다. 이보다 더 안전한 고수익 투자법은 없어 보였다. 친구 녀석은 확고한 이 방법으로 더 큰 수익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은행 대출도 끝까지 땡겨서 수익금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더 큰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어마어마한 정보력과 자금력으로 짧으면 1주일, 길면 2주일짜리 단타를 수차례 진행하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손해 보았던 원금은 어느새 회복되어 있었고, 이즈음 해서 친구와의 사소한 마찰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혹여라도 그 녀석의 지시대로 매수 및 매도를 일정 금액으로 하지 않았음을 확인이라도 할 경우, 말한 대로 안 하면 앞으로는 정보를 안 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기 일쑤였고, 시간이 더 흐르자 갑을 관계를 명확히 하려고 하는 뉘앙스를 풍기며, 나에게 은근히 조공을 바치기를 요구하고 나섰던 것이었다.


"JJ야, 너 이제 원금 다 회복하지 않았냐?"
"이야~ 고맙다! 너 덕분에 5천만 원 손실 봤던 거 거의 회복했다! 밥 한번 먹자!"
"야! 밥은 매일 먹는 거고, 뭐 명품 같은 거를 사다 바치란 말이야! ㅋㅋㅋ"
"엥? 야! 난 아직도 손해야! 원금도 회복도 못했다고!"
"그래도 내 덕에 거의 다 회복했잖아! 앞으로 형님으로 모셔라!"
"아이고 형님! 감사하므니다!"


그렇게 기분 묘한 전화를 끊고, 대략 그 녀석의 분위기를 확인해보니, 이 녀석도 정보 제공자에게 값비싼 대가를 종종 지불하면서 슬기로운 주식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백전무패의 기록으로 금세 8천만 원 원금을 회복한 즐거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친한 친구와의 암묵적인 돈거래로 인하여 빈정이 상하면서 변치 않을 것만 같았던 우리들의 우정에도 금이 살짝 가버린 것이었다. 물론 친구에게 수익의 일부분을 떼어주는 것은 아깝지도 않았다. 받은 것이 있다면, 반드시 돌려주려고 하는 나의 성향상 가만히 두고만 볼 심산은 아니었지만, 노골적인 조공 강요 행태에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요청하지 않았어도 본인이 앞장서서 손실 났던 나의 재산을 다시 원상 복귀시켜준 은인이었기 때문에 내가 종종 소고기와 술을 사주며 감사를 표하고 있기는 하였지만 탐욕스러운 말투로 명품 조공을 바라는 그 녀석의 의중에 기분이 제대로 상한 나머지 최초 염원했던 대로 원금을 회복하였으니 주식 계좌에서 돈을 모두 인출하며 주식 투자를 그만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친구 녀석은 이 좋은 기회를 정말 그만할 거냐고 나를 다그치며 재차 확인하였지만, 나의 단호함에 결국 주식과 관련된 얘기는 더 이상 주고받지 않게 되었다.


본인의 사소한 권력을 이용해서 나를 쥐락펴락하려고 하는 친구 녀석의 변해버린 행태에 큰 실망감을 느끼며 더 이상 우정을 악화시키고 싶지 않았던 나의 차가운 결단력이었다. 물론 자본주의 시대에 돈만큼 좋은 것이 또 어디 있겠냐만 서도, 사람에 따라서는 돈보다 소중한 것도 많은 것이니, 그 선택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아무튼 사소한 명품 선물 요구에 응하지 않고, 주식 투자를 접기로 마음먹은 후로 그 친구와 나는 예전의 티 없이 맑고 편안했던 그 관계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 친구는 나에게 5천만 원을 벌어줬다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이제 겨우 원상 복귀했다고 생각했으니, 생각의 이질감과 체감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5천만 원의 손실을 복구해 준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로 친구에게 명품 보답을 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호 간의 이해관계의 충돌로 인해 그 연약해진 관계를 조심스레 유지하며 현재는 서로의 안부만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는 중이다. 그 친구는 공무원 외벌이로, 두 명의 자식과 함께 8억 원이 넘는 수도권 아파트를 구매하여 살고 있으니, 짐작컨데 아직도 무패의 주식을 열심히 하고 있는 모양이다.


주식 시장의 보이지 않는 큰 손들에 의한 백전무패의 승률과 수익을 간접적으로 겪어보고 나니, 회사의 수익성과 장래성 그리고 각종 차트 정보들은 다 필요 없고, 이미 정해진 룰에 의해 승자가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만 같아 주식 투자를 꺼리게 되었다. 뉴스 보도가 나오기 수일 전, 그 정보들을 미리 알고 있는 권력자판 초능력자들을 일반 개미 투자자들이 무슨 수로 이길 수 있단 말인가? 높으신 분들은 이러한 여러 가지 방법들로 그들의 부를 그들만의 방법으로 조용히 축적하고 계시는가 보다. 맛 좋고 기분 좋은 상한가만 맛보고, 하한가는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뭣도 모르고 들어온 개미들에게 그 부담을 전가시키는 그들만의 리그는 실로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따지고 보면, 미래를 예측한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모든 흐름은 언제든지 수시로 바뀔 수 있음을.


미래를 알고 덤비는 것과 예측하고 덤비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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