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조롭게 되지 않고 복잡하게 얽히다
침대 밑 전선들을 정리했다. 오랜만에 밑을 들여다보니, 이리저리 얼기설기 잘도 꼬여있다. 의도치 않게 꼬인 전선들로 인해 잠시 사색에 잠겼다.
'핸드폰을 2대를 써서 그런가?'
'나도 모르게 한 번은 오른쪽, 한 번은 왼쪽으로 놓아서 그런가?'
'안 꼬이게 사용한다고 노력하는 데도, 항상 꼬이는구나..'
머리맡 탁자 위에서는 그 꼬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멀티탭 아랫부분은 가관도 아니다. 핸드폰 충전기와 시계 충전기, 그리고 나의 필요와 욕심들로 가득 채워진 갖가지 전자 제품들의 생명선들이 사용도가 높은 것일수록 비비 꼬여있다. 나의 의도치 않았던 자연스러운 행동이 여러 차례에 걸쳐 빚어낸 마스터피스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그것들을 사용하지 않기에는 나의 삶에 끼치게 될 불편함의 여파가 매우 클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모든 선들을 잘라 낼 수는 없다. 단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올, 한 올 정성스레 조심히 선을 정리하고, 꼬임을 방지하기 위해 케이블 타이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우리네들의 인생도 그러하다. 시나브로 단단히 꼬여버린 전선들처럼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 결정 하나가 뜨개질을 하듯 모이고 모여 우리들의 인생의 형상을 결정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엉망진창 꼬여버린 실타래처럼 도저히 풀 수 없는 지경에 까지 다다르게 되어 좌절을 하며 개탄을 하기도 할 것이고, 어떤 이는 단단한 동아줄처럼 굵고 튼튼하면서도 쓰임새 있는 꼬임을 만들어 내어, 때로는 과거에 잘 꼬아 만든 그것에 의지하며 불편함 없는 인생을 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래나 저래나 항상 문제는 그 꼬임으로 인하여 큰 불편함이 느껴졌을 경우에만 발견되다 보니, 초기 대응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규정과 규범을 잘 지키고 정도를 걸으면서 살아간다고 하여도 인생의 꼬임 현상은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인생 속으로 녹아들어 온다. 우리들의 인생이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변수와 사건, 결정들로 인해 예기치 못하게 꼬일 가능성은, 아무도 신경 안 쓰는 침대 밑에서 이리저리 뒤엉켜버린 전선들의 그 모습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는 듯하다.
꼬이는 것들을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안 꼬이게끔 방비를 하고, 꼬이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강하고 튼튼하게 잘 꼬일 수 있도록 틈틈이 방향 설정을 체크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앞만 보고 달려가기보다는 가끔은 뒤도 돌아보고 양옆도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 우리들의 발목을 붙잡는 엉켜버린 실 뭉텅이로 되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암벽도 아무 문제없이 등반할 수 있는 쓸모 있는 꼬임의 줄을 만들기를 희망한다.
인생이 잘 꼬인다는 것은, 잘 풀리기 위한 준비 단계 아닐까?
잘못된 꼬임은 쓰잘머리 없지만,
잘된 꼬임은 수천 톤의 무게도 버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