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고 싶은 완벽주의 엄마

완벽하게 내려놓고 싶었다

by 이가인nasarangmom

기침을 하면 오줌이 나온다.

두 번의 출산으로 약해진 골반, 작년 폐렴 이후 망가진 호흡기.

셋째를 품은 임산부라 약도 못 쓴다.

병원에선 그냥 버티라고만 했다.




지난주 일요일, 서울에서 가족 행사가 있었다.

청주에서 서울역, 서울역에서 4호선, 2호선을 갈아타고 잠실까지.

이동하는 내내 기침했고, 밑은 엉망이 됐다.

면생리대를 챙긴 줄 알았는데 아이들 챙기다 보니 내 물건은 놓고 왔다.

겨우 급하게 챙겨 온 일회용 팬티라이너 여섯 개로 버텨야만 했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그래도 내색할 수 없었다.

내가 케어해야 하는 두 아이가 있었으니까.




행사가 끝나고 잠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갔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 아이들도 좋아했다.

나도 좋았다.

다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을 뿐.

나는 말하지 못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집에 가고 싶다고.




그 하루 동안 화장실을 열 번도 넘게 갔다.

변기에 앉아서 기침해야 그나마 살 것 같았다.

화장실에 갈 때면 첫째가 꼭 따라간다고 했다.

정신이 없어서 폰을 화장실에 두 번이나 놓고 왔다.

애들 챙기느라 나를 챙기기엔 너무 버거운 하루였다.




그 하루가 너무 길었다.

몸이 이렇게 안 좋은데, 왜 말을 못 할까.

가엾게 느껴졌다.

나라는 사람이.




나는 누구인가.

엄마, 딸, 아내, 강사, 친구.

수많은 페르소나 속에서 살아간다.

수많은 가면을 쓰고 있지만, 이건 모두 나다.




나는 '나사랑맘'으로서 "완벽한 엄마보다 행복한 엄마"라는 철학을 가지고 산다.

80%만 해도 괜찮다고, 지속 가능한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나는?

아픈 나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나를 계속 채찍질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괜찮아요, 좀 쉬어가도 좋아요"라고 말하면서.




지금 나를 이루는 가장 가까운 마음은 '내려놓기'다.

완벽하려고 하는 마음을 내려놓기.

그런데 잘 안 된다.

책을 쓰기로 했는데, 완벽하지 않으면, 틀이 잡혀 있지 않으면 쓸 수가 없다.

그게 나다.




진짜 완벽주의자는 자신이 완벽주의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 또한 그랬다.

완벽주의라니.

말이 안 되지 않는가.

나는 매 순간 80%에 만족하며 사는 것을 원하고 있는데.

그런데 이렇게 외치는 중에 깨달았다.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이러니하다.




그런 중압감과 힘듦 속에서도, 나는 나름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더라.

어제 화장실에 앉아 기침을 하고 있었다.

가장 초라한 순간이었다.

그때 둘째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말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애교 섞인 목소리.

그 순간, 그 찰나가 느리게 갔다.

이게 행복이구나.

내가 이걸 누리려고 이렇게 사는구나.




힘든 것도 있지만, 분명 행복한 것도 있다.

완벽하려는 나 사이에서도, 내려놓으려는 내가 있다.

받아들여야 한다.

나의 있는 그대로를.

힘들어도 나고, 노력해도 나고, 이 모든 것이 나다.




나는 계속 변화할 거고, 성장할 거다.

더 좋은 방향으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완벽한 엄마보다 행복한 엄마로.

잘 안 되는 거라서, 더 하고 싶다.




괜찮다. 이대로.

나는 충분히 멋진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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