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글로벌 호크
2023년 6월,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 뉴스에서 북한 평안북도 방현 공군기지에서 현재까지 공개된 것보다 훨씬 큰 북한 신형 무인기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날개폭 35m' 북한 신형 무인기 포착... "현재까지 최대 크기" (2024.06.15)
민간위성업체 '플래닛랩스'에 따르면 전날(6월 14일) 오전 10시 39분께 북한 평안북도에 위치한 방현 공군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새로운 형태의 군용 무인기가 식별됐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21년 1월 "500km 전방 종심까지 정밀 정찰할 수 있는" 무인 정찰기와 타격 장비 개발을 2025년까지 마칠 것을 지시한 이후 관련 진척 사항에 대한 정보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NK뉴스는 짚었다.
연합뉴스 북한 신형 무인기 포착..."날개폭 35m, 현재까지 최대 크기"(종합) 2023.06.15
2023년 7월 28일 북한 조선중앙TV는 방송을 통해 전날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된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제70주년 기념 열병식 내용을 보도하면서 열병식 시작 전 신형 무인기가 광장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해당 무인기는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지난 26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에게 '무장장비전시회-2023' 행사장을 소개하던 현장 사진을 통해 대내외에 처음 공개됐다.
동아일보 北 신형 무인기 이름은 '샛별' 4호기와 9호기 2023.07.28.
북한이 미국의 글로벌호크(RQ-4)를 모방한 고고도 무인 정찰기의 대형 버전을 시험 중인 정황이 포착됐다. 25년 2월 22일(현지시각) 미국 내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NK프로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따르면 민간 위성 서비스 '플래닛랩스'가 최근 촬영한 고해상도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북한 방현비행장 격납고 외부에서 새로운 무인 항공기가 포착됐다.
북한이 2023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기존 무인 항공기 샛별-4 정찰 무인기와 외관이 비슷해 보이지만, 날개 길이가 35m에서 40m로 커졌다. 이는 앞서 미국이 글로벌호크를 RQ-4A에서 RQ-4B로 업그레이드하면서 크기를 키운 것과 유사한 변화라고 RFA는 분석했다. (미국의 글로벌 호크가 A형에서 B형으로 개량될 때 날개 폭이 약 5m 늘어난 점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런 가운데 일본 NHK 방송은 지난 8일 북한과 러시아 관계에 정통한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 협력을 받아 여러 종류의 무인기를 공동 개발 및 생산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한 바 있다.
조선일보, 北 무인기 더 커졌다... 美 글로벌 호크 빼닮은 정찰기 비행장서 포착 2025.02.2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26일 '무인항공기술연합체'와 '탐지전자전연구집단'을 방문해 국방과학연구산업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방문 현장에서 공개된 21070601 일련번호가 표시된 글로벌 호크를 닮은 신형 무인전략정찰기는 기존에 선보인 '샛별-4형'과 외형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북한, 신형 무인전략정찰기 공개 2025.03.27
다만, 북한이 개발한 무인기가 외형만큼이나 내부도 글로벌 호크와 동일한 성능을 낼 수 있는 정찰 장비를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이다. 우리나라 공군과 미 공군, 그리고 일본 항공자위대가 운용하고 있는 글로벌 호크는 첩보위성급 무인정찰기이다. 20km 상공에서 고성능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치를 활용해 지상 30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새별 4형에 어떤 항전장비를 탑재하였으며, 그 성능은 어떨까. 이와 관련하여 북한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사건이 2023년에 있었다.
2023년 5월 31일, 북한이 남쪽 방향으로 정찰위성 <만리경-1>을 탑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1>을 발사했다. 2023년 6월 26일, 우리나라는 위성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인양했음을 공식적으로 보도했다. 그리고 23년 7월 5일,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작전을 통해 북한의 우주발사체와 위성체의 주요 부분을 인양해 한미 전문가가 면밀히 분석했다"며 "정찰위성으로서의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북한은 2023년 8월 24일 발사에서는 발사에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않자, 한미 당국의 인양 및 정보 확보를 막기 위해서였는지 로켓은 3단 분리 과정에서 폭발했다.
그리고 고성능의 항전장비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그 항전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충분한 전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북한의 새별 4형이 어떤 엔진을 탑재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다양한 고성능의 항전장비를 운용하기에 충분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엔진을 탑재한 것으로 추정되진 않는다. 인터넷에 무장장비전시회-2023 때 공개된 새별 4형의 엔진 배기구 외형을 근거로 R-13-300 엔진을 탑재하였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긴 하다. 하지만, 본인이 북한이 운영하는 유튜브 계정으로 추정되는 '메아리'에 업로드 한 다수의 영상 그리고 구글에 업로드된 많은 사진을 검토하였을 때, 새별 4형에 탑재된 엔진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는 얻을 수 없었다.
이를 근거로 북한이 비슷한 시기에 공개한 새별-4형에 뛰어난 성능을 갖춘 정찰장비를 탑재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올해 공개한 새별-4형 개량형의 경우 북한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함께 공개된 점을 보면, 러시아로부터의 기술 지원을 받았을 것이라 추정되는데, 이럴 경우 우리나라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은 지금까지 저고도에서 비행하고 있는 사진만을 공개했다. 글로벌 호크는 매우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며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정찰무인기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도 대한항공과 국방과학연구소가 중고도 무인정찰기(MUAV) KUS-FS의 비행사진을 공개하곤 한다. 그러나 개발 도중 높은 고도에서 기체의 결빙 문제로 개발이 지연되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그리고 글로벌 호크는 중고도 무인정찰기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고고도 무인정찰기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준 비행 사진만을 가지고 해당 정찰기가 군사적 효용성을 지닌 개발이 완료된 무기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글로벌 호크를 역설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이란이 지목되고 있다. 2019년 6월 19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란 근처 공역에서 통상 정찰비행 중이었던 미 해군 소속의 RQ-4A 글로벌 호크 1기를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했었다. 해당 기체는 미 해군에 배치되어 MQ-4C 트리톤(Triton)에 탑재될 기술들을 개발할 목적으로 제작된 4기의 광역해상감시체계 실증기(Broad Area Maritime Surveillance-Demonstrator, BAMS-D)였다.
참고자료
아시아경제, [양낙규의 Defense Club] 북한 글로벌호크급 무인기 보유했나 2023.06.17.
한국일보, [속보] 합참 "北 정찰위성, 군사적 효용성 전혀 없다" 2023.07.05
비즈한국, 우리도 고생하는 무인기 제트엔진, 북한은 어디서 구했을까 2023.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