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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항공엔진 개발 1편

800lbf급 소모성 터보제트 엔진

by 고정우

대한민국이 독자개발한 엔진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개발한 대함미사일에 대해 정리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비교적 낮은 기술력으로도 개발이 가능한 단수명 터보제트 엔진부터 개발했는데 이렇게 개발된 엔진이 비슷한 이름으로 개발된 다양한 미사일들에 탑재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사일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무척 혼란스럽다.


해룡 함대함 유도무기 (고체연료)

1982년에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에 착수한 단거리 함대함 유도무기 '해룡'은 양산 단계에 다다르지 못한 국산 함대함 유도무기이다. 1987년 해군 함정에 탑재되어 1년만 운용되었다.


1978년에 국방과학연구소는 백곰 미사일과 함께 함대함 미사일에 대한 연구를 병행했다. 그 결과물이 레이저 유도 방식을 채택한 '해룡'이다. 당시 우리나라 연구진들은 전파를 이용한 빔라이딩 방식을 채택한 이스라엘의 가브리엘 대함 미사일을 참고하였다. 그러나 우리 연구진들은 기술적으로 구현이 쉽고, 저렴하며, 전파 방해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전파가 아닌 반능동 레이저 빔라이딩 방식을 채택하였다. 결국, 레이저 유도 방식을 사용하는 바람에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바다에서 사용하기 어려웠고, 고체연료를 탑재하여 작전 반경이 10km에 못 미친다는 한계점을 가져 양산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국방과학연구소가 이후 개발하는 '해성' 함대함 유도탄을 만들 때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해룡 1987.jpg
1987년 해룡 함대함 유도무기 시험발사


SSM-700K 해성 대함 미사일 (SS-760K 터보제트 엔진)

1996년 5에 국방과학연구소가 대함 미사일 탐색개발에 착수한 뒤 3년간 탐색개발 후 체계개발('98~'05)을 수행했다. 2003년 8월에 최종 실사격 시험 평가를 완료한 뒤 2004년부터 실전배치 되었다.


개발 초기에는 프랑스의 엑조세 미사일에 탑재되는 MBDA社 MM40 블록3 Ku 밴드 시커(Seeker)를 탑재했다. 이는 연안에 위치한 북한군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대함 미사일의 X 밴드보다 분해능을 높인 레이더를 채택한 것이다. 이처럼 초창기에 프랑스제 시커를 탑재한 모델을 'SSM-700K'라고 부른다. 파생형으로 해성 미사일에서 레이더 시커를 제거하고 연료와 탄두를 더 넣은 '해룡' 미사일이 있다. 앞서 언급한 고체연료 기반의 해룡 함대함 유도무기를 기리는 의미에서 '해룡'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1990년대에 불곰사업으로 러시아제 Kh-35 순항 미사일이 국내에 반입된다. 이때 Kh-35 순항 미사일에 탑재된 R95TP-300 터보제트 엔진을 참고하여 제작된 엔진이 바로 삼성테크윈(現 한화에어로스페이스) SS-760K 터보제트 엔진이다. SS-760K 터보제트 엔진은 한국이 처음으로 독자개발한 엔진이다. 우리나라 연구진들은 혼란스러운 러시아로부터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받기 어려울 것이라 보고 기존 구성품들을 서방 국가로부터 구할 수 있는 부품들로 대체하고 약간의 개량을 더하여 SS-760K 터보제트 엔진을 개발했다. 최대출력 1,050lbf에 단축(single-spool) 터보제트 엔진이며 4단 축류 압축기와 환형 연소기 그리고 1단 축류 터빈으로 구성된다.


62669_169218_1828.jpg SS-760K 터보제트 엔진

이전에 대한민국은 1979년에 J79 엔진 창정비를 시작으로 1982년부터 삼성항공이 KF-5 제공호에 장착되는 J85 터보제트 엔진을 면허생산한 것이 처음이었다. (대한항공이 1982년부터 1986년까지 F-5 경전투기를 면허생산했다.)


해성은 최종 돌입단계에서 급격한 기동이 요구되어 순항 미사일임에도 주익이 없고, 안정적인 공기흡입을 위해 2개의 커다란 공기흡입구를 가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하푼 대함 미사일과 달리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 개발을 불가능하게 만든 요인이 된다. 사거리는 180km에 달한다. 2005년 이후로 뚜렷한 개량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 해성 대함 미사일의 흠이었지만, 2020년부터 해성 성능개량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SSM700K_18.jpg SSM-700K 대함 미사일


SSM-710K 해성 대함 미사일

LIG넥스원이 2005년 12월 국산 자체 레이더 시커 최종 실사격 시험 평가에 성공하면서 독자 시커 개발이 완료된다. 그리고 2008년부터 국산 레이더 시커를 장착한 SSM-710K 해성 대함 미사일이 탄생한다. 이에 대해 일부 자료에서는 해성 대함 미사일 양산형이라고도 한다. 해당 미사일에도 SS-760K 터보제트 엔진이 탑재된다.


462707719_7598237250278517_1273707283825295256_n.jpg SSM-710K C-Star


SSM-750K 해룡 전술 함대지 유도탄 (SSE-750K 터보제트 엔진)

해성 대함 미사일을 기반으로 탄생한 함대지 미사일이다. 원래 합참은 운용 공통성 강화를 이유로 현무-2A 탄도미사일의 개조형을 함정 수직발사기에 탑재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제2차 연평해전(2002) 이후로 해군은 독자적인 무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게다가 현무-2A 기반의 함대지 미사일은 사거리가 300km를 넘게 되어 전략 무기로 구분되고, 이는 곧 육군의 미사일 사령부 지휘 하에 예속되어 자유로운 운용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해군은 해성 대함 미사일을 기반으로 함대지 미사일을 개발하게 된다.


그렇게 전술 함대지 유도탄 개발 사업은 2011년에 시작되어 2017년 3월 전투용 적합판정을 받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해룡 전술 함대지 유도탄은 능동 레이더 탐색기를 없앤 뒤 확보된 공간에 연료와 탄두를 더 넣었다. 해성의 탄두에 관통탄두 대신 자탄을 탑재하였다. GPS/INS 항법만을 받으므로 정확도는 해성에 비해 부족하지만, 개선된 시스템이 적용되어 명중률은 크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유도탄 분야 최초로 임무 계획을 실시간으로 생성 및 처리하는 기능도 구현됐다. 해룡의 임무계획장비는 실시간으로 여러 위협 요소를 고려하여 최적의 임무계획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운용자가 직접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상정한 목표는 북한 해군의 지대함 미사일, 상륙 저지 병력 등 전술적 목표의 긴급 타격이다. 'SSM-750K'는 경사발사형이며 해룡 수직발사형은 'SSM-760K'라고 부른다.


SSM-750K.jpg
SSM-760K.jpg
SSM-750K(좌) 760K(우) Tactical Surface Launch Missile


SS-760K 엔진의 터빈 블레이드 및 연소실 내열 합금 등 주요 핵심 부품을 완전히 국산화한 SSE-750K 터보제트 엔진이 탑재된다. 이를 통해 해외에서 수입되던 핵심부품을 국산화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향상함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EL(Export License, 수출면장)에 제약받지 않고 해외 수출이 가능하게 되었다. 2015년에 개발이 완료되어 처음에는 해룡에만 탑재되다가 이후 해성 대함 미사일에도 채택되어 사용되고 있다. 엔진 윤활계통 오일탱크가 하나 추가되어 2kg가량 증가했다.


현무-3 지대지 순항 미사일 (해성-2, 해성-3)

육군이 사용하는 현무-3 지대지 순항 미사일을 함대지 순항 미사일로 개량한 것을 '해성-2'라고 하며,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개량한 것을 '해성-3'라고 한다. 북한의 지상발사 순항미사일 화살-1과 화살-2 그리고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과 자주 비교된다. 현무-3 순항 미사일에는 SS-961K 엔진이 탑재되었다. 전략자산이라 그런지 해당 엔진에 대해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다.


순항유도무기 체계적용 측면에서 엔진 단면적(직경)을 줄이는 것이 체계의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축류형 압축기 적용이 유리하나 개발비용과 제작단가 측면에서 불리하여 원심형 압축기를 '고압단'에 적용하는 개발이 진행되었다. (국방과학기술플러스 238호) 그리고 SSE-750K 터보제트 엔진을 코어 엔진으로 삼고, 전방에 팬 모듈을 부착하여 저바이패스비 터보팬 엔진과 비슷하게 만들어 효율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내용은 후술할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II 터보팬 엔진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20130215020018_0.jpg 해성-2와 해성-3




참고자료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하푼 미사일을 뛰어넘는 국산 함대함 유도무기 '해성(海星)' (2006)

LIG넥스원 공식블로그, [INNOVATIVE SOLUTION] 바다에서 날아오르는 강력한 불꽃

LIG넥스원 공식블로그, [DM] 순항유도탄 체계설계 중 제트엔진에 구속되는 설계요소 (2024)

쉘든, ADEX 2021-3 한화 계열사를 중심으로 (2021)

쉘든, 함대함 유도무기 개발 동향 및 발전 추세 (2014)

쉘든, 소모성 제트엔진 개발 / 국방과학연구소의 아음속 공기흡입식 추진기관 기술 (2021)

쉘든, MADEX 2021-1 (2021)

쉘든, 현무3 엔진 관련해서 잡담 (2022)

쉘든, 소모성 제트엔진 개발 (2021)

동아일보 한화, 45년 만에 '엔진 1만대' 생산... "6세대 AI 전투기 엔진 개발 추진" (2024)

세계일보 국내 첫 항공엔진 독자 개발 도전... 韓방산 새역사 쓴다 [연중기획-K브랜드 리포트] (2024)


나무위키, 해성(미사일)

나무위키, 해룡 전술 함대지 유도탄

네이버 블로그 AckDog님 한국 해군 대수상 전력증강 현황

네이버 블로그 현SH 해룡, 국산 함대지 전술 유도탄

네이버 블로그 현SH SSM-700K/710K 해성 대함미사일 (2020)

유튜브 조종, 하푼을 뛰어 넘는 국산 대함미사일 해성(SSM-700K)

AVING 삼성테크윈, 함대함 유도탄 엔진조립체 'SS-760K' 전시!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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