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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우 Oct 06. 2020

1946년, 소련의 첫 제트 전투기

누구에게도 도움 받을 수 없었던 소련

해당 글은 일부 보완 및 수정을 거쳐 1940년대 항공역사 매거진 글로 대체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미국은 영국의 지원으로 제트 엔진을 연구할 수 있었고, 일본은 독일에게 제트 엔진 기술을 넘겨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독일, 영국, 미국, 일본에서는 전쟁 중에 제트 전투기를 등장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소련은 그 어디에도 낄 수 없었다.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서야 점령지에서 노획한 독일의 제트 엔진(Jumo004 & BMW 003)이나 제트 전투기(Me 262)를 가지고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Messerschmitt Me 262 with Soviet mark @ВикиЧтение

그러나 독일의 제트 엔진은 내열합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엔진인만큼 태생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때문에 아무리 잘 만든다 한들 소련이 만든 복제품은 원본을 넘어서기 어려웠다. 오히려 독일 기술자들이 밟은 실수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게다가 제2차 세계대전 중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소련은 여러모로 제트 엔진을 개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Sukhoi Su-5 @Reddit

어쩔 수 없이 1945년 전후로 영국과 미국에서 제트 전투기가 등장하고 있을 때, 소련에서는 제트 엔진 대신 지난 글에서 다룬 VRDK 엔진이나 로켓 엔진, 램제트 엔진 전투기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었다. 당연히 이들 모두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주지 못한 채 제트 엔진의 필요성만 더욱 부각할 뿐이었다.


결국 1946년에 와서 독일의 Jumo004과 BMW 003 엔진을 장착한 제트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동시에 이들을 역설계한 Klimov RD-10(Jumo004), RD-20(BMW 003) 엔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이들은 각각 소련 최초의 제트 전투기에 탑재되어 소련의 제트 전투기 시대를 여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Yakovlev Yak-15 Feather


Junkers Jumo004 엔진을 역설계한 Klimov RD-10 엔진은 Yakovlev의 첫 제트 전투기 Yak-15에 장착되어 성공적으로 비행을 마쳤다. Yak-15는 1945년 4월부터 Jumo004 엔진을 사용해 제트 전투기를 만들라는 소련의 명령에 따라 만들어졌다.

Yakovlev Yak-3 @Asisbiz / Yakovlev Yak-15 @Thewiki

Yakovlev는 시간을 단축하고자 기존 왕복 엔진 항공기인 Yak-3을 기반으로 기존 설계에 큰 변형을 가하지 않은 채 Yak-15를 개발했다. 단순하게 왕복 엔진이 있던 자리에 제트 엔진을 넣었고 제트 엔진의 배기열로부터 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동체 아래에 열차폐 금속판을 덧붙였을 뿐이었다. 덕분에 Yak-15는 개발 명령을 받은 지 1년 만에 처녀비행을 실시할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고속 비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Yak-15처럼 기존 왕복 엔진 항공기를 그대로 활용한 제트 전투기들이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실망스러웠고 왕복 엔진 항공기에 제트 엔진을 장착해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준 것은 Yak-15와 Saab J21R이 유일하다.


Yakovlev Yak-15 in flight @HistoryNet

Yak-15는 1946년 4월 24일 처녀비행을 실시했는데 여기에는 재밌는 일화가 있다. 당시 Yak-15와 함께 비행장에는 Mikoyan-Gurevich에서 만든 Mig-9도 있었는데 누가 소련 최초의 제트 전투기가 될지를 두고 동전 던지기를 했다고 한다. 동전 던지기 결과 Mikoyan-Gurevich 설계국의 MiG-9에게 먼저 비행할 기회가 주어졌고 자연스레 Yak-15는 소련의 두 번째 제트 전투기가 되었다.


Yakovlev Yak-15 @Pinterest

Yak-15는 기존 왕복 엔진 항공기를 기반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전환 훈련기로 적합했고 조종하기 쉬었다. 다만, Yak-15가 그대로 사용한 Yak-3의 두꺼운 날개는 고속 비행에 적합하지 않았고 엔진 배기열은 매번 활주로를 손상시키기 일쑤였다. 게다가 당시 제트 엔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나쁜 연비 때문에 항속거리가 짧았다.


이후 Yak-15의 성공적인 비행에 고무된 소련은 Klimov RD-10 엔진을 장착해보라는 주문을 했고 그렇게 Yak-17이 1947년 6월에 첫 비행에 성공한다. Yak-17의 등장으로 Yak-15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추가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훈련용 Yak-15는 Yak-21로 따로 구분되었다.


Yak-15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Yak-17은 얼핏 보면 Yak-15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랜딩기어가 동체 내부로 삽입되게끔 전륜식으로 바뀌었고 동체로 들어가는 랜딩기어 때문에 동체 내부 연료 탑재량이 줄어들자 날개 끝에 연료탱크를 증설하는 개조가 이뤄졌다.


Yakovlev Yak-17 @Pinterest

Yak-17 역시 Yak-15를 기반으로 제작되었기에 조종성이 우수했으며 Yak-15와 마찬가지로 기종 전환 훈련에 적합해 복좌형 훈련기로 많이 생산되었다. Yak-17는 괜찮은 성능을 보여주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뛰어난 엔진과 후퇴익을 적용한 MiG-15의 등장으로 빠르게 일선에서 물러났다.


Mikoyan-Gurevich Mig-9 Fargo


MiG-9 Fargo @WIKIWIKI.jp

한편, Yakovlev에서 제트 전투기 제작에 착수하기 전인 1945년 1월 소련은 Mikoyan-Gurevich(MiG)에는 독일의 BMW 003 엔진 2개를 탑재한 제트 전투기를 만들라는 명령을 한다. 이에 미그 설계국은 1945년 말부터 시제기 생산에 들어갔다. 처녀비행은 1946년 4월 24일에 실시했으며 Yak-15에서 이야기했듯이 동전 던지기로 소련 최초의 제트 전투기가 되는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때 폭격기를 요격하기 위해 기수 앞에 37mm 기총을 장착하는데 이후 총을 쏠 때 나오는 가스 때문에 고고도에서 총을 발사할 경우 엔진이 꺼질 수 있는 심각한 결함을 갖게 되었다. 이 문제는 나중에 가서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소련 정부는 양산하면서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고 판단해 1946년 말에 50대를 주문한다.


MiG-9 37mm gun @The Dreamy Dodo-WordPress.com

참고로 소련이 37mm 대구경 기관포를 기수 앞 그것도 공기 흡입구 한가운데에 위치시킨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의 영향이 크다. 서부전선에서는 고고도에서 독일군을 폭격하고 있었지만 동부전선은 저고도에서 독일군과 지상전을 펼치고 있었다. 따라서 소련은 저고도에서 지상군을 지원하는 용도로 항공기를 적극 활용했다.


이는 저고도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P-39가 고고도 위주의 임무를 수행했던 미군에게는 외면받았지만 소련에게는 환영받았던 것에서 잘 드러난다. 이러한 운용 개념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냉전이 시작되자 폭격기를 요격하기 위해 그대로 이어져 온 것이다.


아래 사진에서 프로펠러 앞을 보면 P-39의 프로펠러 앞부분에도 MiG-9와 마찬가지로 기수 앞 한가운데에 기총이 장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주기된 P-39의 양만 보더라도 소련이 얼마나 P-39를 유용하게 운용했는지 볼 수 있다.


P-39 with soviet mark @Portraits of War

그러나 1947년 3월부터 양산에 들어간 Mig-9은 일부 수정사항을 반영하느라 양산이 미뤄졌는데 1948년 초부터는 Mig-15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얼마 가지 못해 양산이 중단되었다.


예상치 못한 도움, 영국


이후 소련은 영국으로부터 Nene 엔진을 들여와 Klimov RD-45(VK-1) 엔진을 만들어내고 Derwent 엔진을 복제해 Klimov RD-500 엔진을 만들었다. 당시에 제트 전투기의 성능을 결정짓는 유일한 요소가 제트 엔진이었는데, 서방 세계에 충격을 주었던 MiG-15의 등장도 실은 영국의 도움이 없었다면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Sukhoi Su-9 @Reddit / Sukhoi Su-11 @War thunder forum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Lavochkin이나 Sukhoi에서도 제트 전투기를 만들었다. 오늘날에는 MiG설계국과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Sukhoi에서도 Me 262와 너무나도 닮은 Su-11을 만든 적이 있다. 또한, 우리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회사이지만 Lavochkin에서는 소련 최초의 후퇴익 전투기를 만들어 이후 등장하는 Mig-15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밖에도 Yakovlev에서도 Yak-15, 17과는 전혀 다른 Yak-19나 Yak-25와 같은 전투기를 개발했지만 이들 모두 MiG-15에 밀려 빛을 발하지 못했다.


Yakovlev Yak-25 @War Thunder Forum / Yakovlev Yak-19 @72news

  

이처럼 양산하고 보완한다는 소련 특유의 설계상과 보완한 항공기마다 고유의 제식 명칭을 부여하는 성향 때문에 1940년대 말에 다양한 종류의 항공기가 등장했다. 하지만 모든 항공기를 다 다루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글이 길어지면 가독성이 떨어질 것 같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룰 예정이다. 무엇보다 소련 항공기는 자료는 부족한데 반해 파생형이 다양해 정리하기가 어렵다.




참고문헌 및 출처


배경 사진 출처 : Pinterest_Yak-15

Wikipedia, Yak-15

Wikipedia, Yak-17

Wikipedia, Yak-19

Wikipedia, Yak-23

Wikipedia, Yak-25

Wikipedia, Jumo 004

Wikipedia, BMW 003

Wikipedia, RD-45

Wikipedia, RD-500

Wikipedia, MiG-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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