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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우 Jun 16. 2022

RC-135E Rivet Amber

완벽한 글 1편을 올리는 것보단 글을 올려두고 틈틈이 수정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그동안 쌓아 둔 원고 하나씩 올려보려고 합니다. 또, 연재하고자 하는 목표가 생겨서 비밀리에 특수 임무를 수행한 기체들을 주로 다룰 예정인데 기체 특성상 자료 수집이 제한적이며 따라서 출처 또한 최대한 공식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자 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5년도 채 안되어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소련의 동태를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정찰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미국은 정찰과 같은 특수 임무에 필요한 각종 장비나 비행기를 비밀리에 신속하며 효과적으로 개발하여 실전에 투입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담부서를 만들게 되고 그 이름이 바로 Project Big Safari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추진한 다양한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Project Lisan Ann이었다. (Big safari가 맡은 첫 임무 역시 PIE FACE, 서유럽에서 활동할 수 있는 수송기로 위장한 정찰기 개발 프로그램이었다.)


Project Lisa Ann은 1950년대 핵 만능주의 아래 다양한 핵실험이 이루어지며 이를 운반할 수단인 소련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기체를 만들기 위해 등장했다. 특히, 1957년에 소련이 ICBM을 기반으로 하는 발사체로 스푸트니크 1호 인공위성을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이 화근이 되었다. 군 수뇌부에게 83 kg에 달하는 스푸트니크 1호를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다는 말은 곧 100 kg에 달하는 핵탄두를 미국으로 보낼 수 있다는 말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1962년에는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려고 하면서 냉전이 절정에 다다르면서 상대방에 대한 감시가 더욱 고조되었고 이런 배경 속에서 개발한 정찰기가 바로 훗날 RC-135E Rivet Amber가 되는 C-135B-II Lisa Ann이었다.

Boeing C-135 Stratolifter

Lisa Ann은 C-135 수송기 동체 한가운데에 7 메가와트(MW)의 출력을 가진 거대한 위상배열 레이더(Phased-array radar system)를 탑재하였다. 레이더의 출력은 승무원들의 건강에 영향을 줄 정도로 강력하여 동체 전방에 위치한 레이더 앞뒤로 납으로 된 칸막이가 세워져 있었다. 그래서 RC-135E에 한 번 탑승하면 앞 구획에서 뒷 구획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레이더 자체 무게 또한 35,000 파운드가 나갈 정도로 무거웠으며 그 가격은 1960년대 기준으로 3,500만 달러에 달해 Rivet Amber는 EC-135 파생형 중에서 가장 무겁고 비싼 기체가 되었다. 또, 엔진에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발전기만으로는 레이더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해줄 수 없어 왼쪽 주익 아래에 350 kVA 출력의 T55-L5 터보 샤프트 발전기가 추가로 설치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만들어내는 열을 식힐 수 있도록 반대편 주익에는 열교환기 포드까지 존재했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마치 6개의 엔진이 주익 아래에 달린 것처럼 보인다. 참고로 동체에서 회색이 아닌 약간 초록빛 도는 부분이 레이더가 탑재된 위치이며 알래스카에서 캄차카 반도로 비행하면 자연스레 우측 동체가 소련을 향하므로 레이더가 탑재된 초록빛 도는 부분은 우측에서만 볼 수 있다.

RC-135E Rivet Amber with Heat exchanger near the fuselage
RC-135E Rivet Amber with Turbo-shaft generator

RC-135E는 이러한 고성능 레이더를 사용해 다른 나라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관찰하며 탄도미사일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물론, 여기서 ‘다른 나라’라 함은 주로 소련을 말하며 이들이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이 가속할 때 그리고 재진입할 때 레이더 반사 면적이나 궤적을 추적하였다. 특히, Rivet Amber에 탑재된 레이더는 300마일 떨어진 곳에서 축구공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 비슷한 시기에 함께 활동했던 다른 정찰기, Wanda Belle나 Nancy Rae보다 정밀한 추적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기체의 가격이 너무 비싸, 정확히 말하자면 레이더가 워낙 고가라 Rivet Amber는 단 한 대만 제작되었다.


RC-135E는 1966년부터 임무에 투입되어 1969년 비극적인 추락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소련 캄차카 반도에 가까운 알래스카 Shemya 공군기지에 주둔하며 RC-135S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였다. 그 사이 1967년 5월 31일, Lisa Ann이라는 이름은 RC-135E Rivet Amber로 변경되었다. (다만, 왜 이름이 바뀌었는지 그리고 이 이름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찾을 수 없었다.)

Rivet Amber with Shemya Air Base Location

1969년 6월 5일 정비를 위해 다른 공군기지로 비행을 떠난 Rivet Amber는 이륙한 지 4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베링 해 위에서 19명의 승무원과 함께 사라지고 만다. 이는 1960년대 중반부터 RC-135 정찰기가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한 비극적인 사고였다. 사고가 일어난 직후 2주간의 수색작업이 이루어졌으나 조종사의 시신은 물론 추락한 기체의 잔해 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소련의 요격기에 의해 격추당한 것이라는 등 다양한 음모론이 떠돌았다. 아직도 기체의 잔해를 발견하지 못했으므로 정확한 사건의 결말은 알 수 없으나 미 공군이 작성한 자료에 의하면 수직 미익의 피로 파괴에 의한 파손이 추락한 원인이라 한다.


*Lisa Ann은 당시 Big Safari 프로젝트 첫 번째 책임자였던 Furman E. O’Rear의 딸 이름이다.


출처

Offutt Air Force Base, Remembering Rivet Amber 50 years later

Wikipedia, Boeing RC-135

Super Snoopers by Bob Archer

The History of Big Safari by Colonel Bill Grimes (USAF retired)

rc135.com - Rivet Amber aka Lisa Ann

rc135.com - Lisa Ann (Project 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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