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일 Jan 14. 2024

시 읽는 일요일(134)

작은 연못

        김민기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푸르던 나뭇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져

연못 위에 작은 배 띄우다가 물 속 깊이 가라앉으면

집 잃은 꽃사슴이 산속을 헤매다가

연못을 찾아와 물을 마시고 살며시 잠들게 되죠


해는 서산에 지고 저녁 산은 고요한데

산허리로 무당벌레 하나 휘익 지나간 후에

검은 물만 고인 채 한없는 세월 속을

말없이 몸짓으로 헤매다 수많은 계절을 맞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소극장 <학전>은 3월 14일 폐관을 앞두고 있다. <학전>은 청춘을 장식한 한 페이지다. 김광석, 동물원, 윤도현, 여행스케치…. 그 페이지가 허무하게 스러진다. 그래서 무너져 내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laHBdYpIo98


https://www.youtube.com/watch?v=W0LpbShfjrA&pp=ygUN7J6R7J2AIOyXsOuquw%3D%3D


작가의 이전글 가스라이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