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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an 20. 2024

신형철

   당비를 내는 당원이라서 보낸 건지 『인커밍INCOMING』이라는 기본소득당 계간지를 받았다. 출근길 전철간에서 훑어보다가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기고한 글이 눈에 들어왔다. 김수영의 「이혼 취소」라는 시를 통해 기본소득은 '있으면 좋은' 사회권이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자유권의 문제임을 강조하는 글이었다. 

   기본소득이 꼭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기본소득당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기고문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동어 반복에 불과해 불필요하다. 그저 신형철을 읽을 적마다 작동하는 부끄러움이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음을 고백할 뿐이다.

   대저 글이 글쓴이를 표상한다면 신형철 글을 읽으면 그가 참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가 글감에 접근하는 방식은 그게 문학작품이 됐건 영화가 됐건 시의성을 메운 사람이 됐건 온기가 늘 느껴진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편애하지도 않는다. 해박한 지식과 사려깊은 문장, 정연한 논리를 동원해 무결하면서 흡인력 강한 글짓기를 완성한다. 거기에 더해 배운 자일수록 쉽사리 떨쳐내기 힘든 지적 허영, 자기 과시, 교만이라는 유혹을 벗어던지고 그 자리에 훈기 도는 겸허, 포용, 공감을 이식시킴으로써 이 시대 문자향 서권기의 정수를 보여줌은 물론이거니와 기품 서린 글이 무엇인지 그 전형을 유감없이 드러냈음이라.

   무릇 글을 쓰겠다고 작심한 자라면 신형철을 닮아야 한다. 얄팍하기 짝이 없는 한 줌 지식과 시시하고 보잘것없는 문장력, 미숙한 성품으로 거품처럼 덧없는 인기에 영합하는 나부랭이나 끼적거리면서도 거들먹거리길 부끄러워하지 않는 치라면 신형철을 기본으로 삼아 글짓기를 새로 다시 배우기를 바란다. 

   칼럼으로만 접한 신형철이었기에 진면목은 아직 보지도 못했다. 그 나태로 부끄러움은 죄책감으로 배가된다. 뒤늦게 『몰락의 에티카』(문학동네, 2008)를 중고로나마 주문했다. 이것으로 얼마간 죄책감을 지울 수 있는 위안을 얻기를.


https://www.basicincomeparty.kr/magazine?mod=document&uid=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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