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때인지라 올림픽 얘길 안 할 수가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태권도가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게 드물었던 나라들에게 메달을 따는 통로가 됐다고 보도했다. 그 예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코트디부아르와 요르단이 사상 첫 금메달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아프카니스탄이 올림픽 유일한 메달인 동메달을 따냈으며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태국이 태권도 종목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고도 했다.
7/27 현재 태권도 종주국인 대한민국은 태권도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목에 걸지 못해 태권도협회 관계자들 속이 숯검댕이가 되건 말건 NYT는 태권도는 모든 올림픽 종목 중 가장 관대한 종목이라고 추켜세웠다. 또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에서 값비싼 장비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서 놀라운 다양성을 보여준다고도 평가했다.
이기는 사람만 이기는 승부는 재미가 없다. 뻔한 결과가 초래하는 타성이 스포츠에서 느낄 쾌감을 반감시킨다.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으려는 승자의 분투를 폄하하고 싶지 않지만 언더독의 반란에서 비롯되는 스포츠의 의외성이야말로 감동의 보증수표인데 말이다. 그런데 요새는 언더독이 반란을 꾀하려 해도 밑천이 달려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는, 돈 앞에 순수와 열정이 무릎 꿇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전 세계적으로 나라만 200개 국이 넘어도 올림픽, 세계선수권 따위 권위 있는 대회에서 메달을 가져가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따는 나라(사람)만 계속 딴다는 얘기다. 경기장 같은 인프라나 하다 못해 선수들 장비 구입하는 데도 등골 빠지는 가난하고 소외된 나라에서 올림픽 메달을 딴다? 그런 언감생심도 없다.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어 자칫 있는 자식들만이 즐기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상황에서 NYT가 말한 대로 값비싼 장비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 스포츠로 자리매김함은 물론 세계인의 제전이라는 올림픽에서조차 가장자리만 맴도는 스포츠 변방국들에게 국위 선양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태권도야말로 We Are The World를 시전한 갸륵한 종목임에 분명하다. 이토록 대의명분이 대단한데 그깟 금메달이 대수겠는가.
<아메리카 갓 텔런트>라는 미국 경연 프로그램에 우리나라 태권도 시범단이 출전해 한바탕 격파 쇼를 벌인 게 화제였던 적이 있었다. 결선으로 직행하는 골든 버저를 받았는데 이왕이면 백만 불 우승상금 타 시범단원들 보너스로 나눠 가졌음 하는 바람이다. 스포츠는 스포츠대로, 쇼는 쇼대로 세상 사람들에게 인상 깊게 한 걸음 더 다가서는 태권도라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