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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an 26. 2024

노년의 지혜

   MBC 기사 한 꼭지를 소개한다. 당신이라면 어느 쪽 주장에 수긍이 가는가.


​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 공약을 내세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김 회장은 어제(22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이준석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 망언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노인을 치면 젊은이 표가 나한테 안 오겠느냐'는 얄팍한 계산으로 허무맹랑한 소리를 한다"며 "이런 무책임한 사람이 어찌 정치를 하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결혼도 안 하고, 애도 키워보지 않고, 가정 살림도 안 해보고 정치판에서 무위도식하니 세상 물정을 한참 모르는 헛소리를 남발한다"고 이 대표를 직격했습니다. 또한 김 회장은 "지하철은 장애인도 어린이도 무료로 타는데 노인이 타면 적자가 나는 것인가. 노인이 타지 않더라도 열차는 달려간다"며 "보릿고개 넘기기 어려운 시절을 지나 한강의 기적을 일구고 우리나라를 10대 경제 강국으로 만든 1등 유공자인 노년층에게 혜택을 주지 말자는 건 학대"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회장은 이 대표를 향해 "공약을 즉각 철회하고 1000만 노인에게 사과하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이런 게 정말 꼰대들의 막말"이라며 "그런 주장대로라면 자식 없는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세상 물정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자신도 내년이면 무임승차의 나이가 된다며 "급격하게 무임승차 인구가 늘어나는데 다음 세대들에게 계속 전가하란 말이냐"며 "누가 하든 개혁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이준석 대표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를 폐지하고 대신 연간 12만 원의 선불형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이 대표는 다음 날에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수도권이나 역세권이 아니라서 지금까지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던 전국의 노인층에게 오히려 더 많은 예산을 들여서 교통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안"이라며 연간 12만 원 선불형 교통카드 지급이 더 나은 정책임을 강조했습니다.(곽승규, 2024.01.23)


​   나? 나라면 입장 표명 대신 비겁하지만 아래 글로 갈음하겠다. 


​   ​로마 공화정 말기의 정치가 키케로가 말년에 쓴 《노년에 관하여》는 앞 시대의 정치가 마르쿠스 카토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인생의 황혼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법을 안내하는 저작이다. 로마인들 사이에서 ‘지혜로운 사람’으로 통한 노년의 카토는 자신의 지혜로움을 “자연을 최선의 지도자로 모시고 자연이 마치 신인 양 거기에 따르고 복종한” 결과라고 말한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것이 지혜라는 말이다. 그러나 글을 읽어가다 보면, 지혜는 자연이 거저 주는 선물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으로 맺는 결실이라고 역설하는 주인공을 보게 된다. “기름을 대주지 않으면 등불이 꺼지듯, 마음과 정신도 노년이 되면 꺼진다. 그러므로 몸만 돌볼 것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도 돌보아야 한다.” 그 돌봄은 부드러운 어루만짐이라기보다는 격렬한 투쟁에 가깝다. “사람들은 노년의 약점을 근면으로 벌충해야 하며, 마치 질병과 싸우듯 노년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이 싸움은 육체의 싸움이 아니라 정신의 싸움이다. 그래서 키케로는 카토의 입을 빌려 이렇게 묻는다. “밀론은 어깨에 황소를 메고 올림피아의 경주로를 걸었다고 하는데, 그대는 밀론의 체력과 피타고라스의 정신력 가운데 어느 것을 더 바라는가?” 뇌 기능의 약화에 맞선 끈질긴 투쟁의 결과가 피타고라스의 정신력이고 노년의 지혜다. 지혜는 밖으로 넓게 봄과 안으로 깊게 봄이 합쳐져 전체를 통찰할 때 솟아나는 분별력과 판단력이다. 새로운 것을 향해 앎을 넓히려는 마음, 이미 아는 것을 돌이켜 숙고하려는 마음이 멈출 때 지혜의 자리에 아집이 들어선다. (고명섭 선임기자, <유레카-노년의 지혜>, 한겨레, 2017.02.23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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