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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an 27. 2024

각축전

   일주일쯤 자가용으로 출근하다 어제부터 다시 전철을 타고 다니는 뚜벅이로 복귀했다. 언제부터 그리 잘 들었다고 한파에 차 놔두고 뭔 개고생이냐는 마누라 핀잔에 귀가 솔깃! 찰떡같이 받들어 모셨더니 편해도 무지 편한 거 있지. 근데 몸뚱아리가 편할수록 축이 나는 통장 잔고를 쳐다보는 심정은 죽상 그 자체였다. 꼬일대로 꼬여 버린 배알이 내 팔자에 무슨 호강이냐,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변을 당하는 법이라고 자학을 일삼으면서 군말없이 뚜벅이 복귀로 종용하기에 이르렀다. 그 며칠 동안 베갯머리 위에서 흰 옷 입은 놈, 검은 옷 입은 놈이 서로 멱살잡이하며 각축전을 벌이는데 개싸움이 아닐 수 없음이라.

   아침 7시30분 전에 문을 열자면 새벽 4시40분에 일어나 5시45분 떠나는 전철을 타고 6시40분 전후로 점방에 닿아야 한다. 그래야 문 열기 전 환경 미화, 기구 점검, 타월 정리는 물론 간단하게 몸풀기 운동도 하고 집에서 누다 만 볼일도 마저 치를 수가 있으니까. 근데 이동수단이 자가용이면 기상시간을 40분 이상 늦춰도 제 시간보다 일찍 점방에 도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 새벽녘에 전철역까지 걸어가서 시간 맞춰 전철을 타고 내려서 점방까지 또 걸어가는 일련의 번거로운 수고가 일거에 사라지니 그 아니 편할쏜가. 출근이 느긋해지면 기분도 삽상해진다. 그 기분에 취하면 마치 자수성가한 사업가처럼 오버하기 일쑤지만.

   그러나 그 느긋함을 만끽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는 의외로 크다. 9만 원을 넘기지 않던 한 달 교통비가 폭주한다. 경차면서도 3만 원 주유로는 일주일을 못 버틴다. 주차비는 어떻고. 동네 상인임을 감안해도 노변 주차장 하루 주차비는 3천 원이다. 일요일을 뺀 일주일 주차비만 1만8천 원. 그러니 일주일치 교통비로만 근 5만 원이다. 한 달이면? 2배로 폭증하는 교통비를 쫄보인 깎새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다.

   솔직히 차를 몬다고 다 편한 것도 아니다. 계기판 기름게이지가 뚝뚝 떨어지자 마른침을 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주유한 지 얼마 안 된 성싶은데 경고등이 득달같이 깜빡거릴라치면 편하자고 자가용을 타는 건지 끼니 때마다 밥술 떠먹여야 할 상전 모시는 아랫것인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하여 새벽 출근길이 평소보다 시간 흐르는 속도가 갑절은 빨라지는 착각이 일어 조바심이 이만저만이 아니긴 하나 걷는 게 차라리 남는 거라는 정신승리로 뚜벅이 팔자를 재개한 게다. 40분 더 늦게 일어나겠다고 두 배나 더 돈을 들이는 셈법이 가당키나 한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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