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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an 29. 2024

배려다운 배려

   배려가 너무 과한 손님이 가끔 있다. 깎새 입장에서 보자면 그런 손님은 매출 증대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돼먹잖은 오지랖의 소유자일 뿐이다. 물론 푼돈 벌어먹고 사는 깎새를 골탕 먹이려고 그 손님이 일부러 계략을 꾸몄을 리 만무하나 거푸 강조하건대 역지사지하면 얼마나 경우에 없는 수작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대기석에 두어 명 손님이 앉아 있다. 커트를 마치고 커트보를 거두려는데,

   "두피마사지 받고 싶은데 손님이 밀려 있으니, 다음에 해야겠네." 

   혹은, 

   "염색을 해야겠는데 주인양반 바쁘니까 영 미안하네 그려. 다음에 할께요."

   개업한 이래 입때껏 먹은 짬밥이 몇 그릇이고 깎아제낀 머리통만 수천수만인데 괜히 바쁘다고 넘겨짚고서는 깎새 위한답시고 배려를 떤다. 

   손님은 밀려 있지 혼자서 동분서주하는 깎새가 안쓰러워 그러는 줄 모를 리 없다. 허나 손님은 손님이 커트점에 온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하고 깎새는 깎새대로 제 할 일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3천 원하는 두피마사지, 7천 원하는 염색(고급염색이라도 걸릴라치면 1만5천 원)이 하루 매상에 끼치는 영향은 마감하고 일일장부를 정리할 즈음 여실히 드러나서 깎새는 불현듯 분통이 터진다.

   수혜자 형편으로 미루어 보건대 받아들일 만한지 상황 인식부터 우선하는 시혜자에게서 비롯된 배려가 배려답다. 위한답시고 마음부터 무작정 쓰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러다 오히려 뒤에서 잘근잘근 씹힌다.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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