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꺼낸 김에 배려 얘기 하나 더 덧붙이겠다. 깎새로 하여금 손님 머리를 한번이라도 더 매만지게 동기 부여를 일으키는 배려가 있을까? 있다.
고개를 연신 좌우로 흔드는 손님이었다. 의도하지 않은 몸짓이라 발작적이었다. 일종의 틱 장애? 신경이 안 쓰였던 건 아니지만 거리끼지는 않았다. 헌데 손님이 되레 커트 작업에 거슬리는 건 아닌지 염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앞거울에 비친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흔들리는 고개보다 더 몹시 흔들렸다. 안절부절못하는 게 틀림없었다.
"신경을 쓰면 더 흔들려서리…"
묻지도 않은 변명을 먼저 늘어놓길래,
"깎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으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한 20년 전부터 이래요. 신경과 치료도 받아 보고 한의원 가서 침도 오래 맞았는데도 차도가 없어요. 이리 살다 죽을라는지."
대화가 이 정도로 오가면 거북했던 점방 공기가 풀어질 법도 한데 주눅 든 손님 안색은 영 풀리지가 않았다. 자꾸 이런 식이면 깎새가 더 곤혹스러워져서 화제를 돌렸다.
"매달 오시는 단골 중에 이런 분이 계십니다."
무슨 소린가 싶어 미간에 힘이 들어가는 손님.
"뒷머리를 깎을 때 고개를 살짝 숙여 주면 작업이 훨씬 편합니다. 헌데 그 손님은 뒷목에다 각목을 댄 것마냥 뻣뻣해서 숙이질 못하더라구요. 맨 처음 오셨을 때 머리를 앞으로 숙이게 하려고 지긋이 눌렀더니 '아, 뒷목이 완전히 굳으셨구나' 딱 감이 와서 그 뒤로는 그 손님만은 앉은 고대로 그냥 냅둡니다. 대신 이발의자 높이를 최대한 올리고서 제가 허리를 한껏 구부린 뒤 뒷머리 작업을 하곤 하죠. 하도 뒤에서 낑낑대니까 그분도 미안했는지 숙여 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어디 마음처럼 됩니까? 헌데 그러는 그분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더라구요. 손님처럼요."
깎새한테 배려란 이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