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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an 31. 2024

울엄마

   지난 토요일 저녁, 귀가해서 식구들한테 정연하고도 단호한 어조로 현재 상황을 규정할 엄두가 안 나 가족 단톡방에다 글로 대신했다. 


​   새벽에 할머니한테서 연락이 왔지만 못 받아서 연락했더니 이번엔 할머니가 안 받으셨다.

   걱정이 돼 아침에 병원으로 급히 연락했더니 할머니가 밤새 안 주무시고 고양이가 병실로 들어왔다는 둥 미국 사는 아빠 이종누이를 찾는 둥 난동 아닌 난동을 부려 당직 간호사가 할머니 곁을 밤새 지켰다고 해. 그 와중에 아빠한테 연락한 거고.

   파킨슨은 완쾌가 되는 병이 아니고 약물 따위로 증상을 늦추는 수밖에 없댔다. 언젠가는 환시, 인지 장애 따위 증상이 나타날 걸 각오해야 한다. 

   할머니가 파킨슨 판정받은 지 근 10년이 다 됐다. 새벽에 드러난 이상 증세가 일시적이길 바라지만 앞으로 할머니 일상이 되지 말란 법 없다. 그러니 모두들 그런 할머니를 이해해 주길 바란다.

   화요일 3명 면회 신청했다. 같이 가기로 전에 약속했으니까 명절 전에 할머니 뵈러 꼭 가자.

   아빠는 오늘 엄청 바빴지만 혼이 나간 상태로 일하느라 무지 고되다. 그리고 너무 슬프다.​


​   쉬는 화요일인 어제 딸들과 병원엘 갔다. 겉으로 봐서는 특이점을 찾기 어려웠다. 손녀들과 의사소통은 원활했고 안색도 좋았다. 하지만 남들은 안 보이는 고양이가 몹시 성가시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담당 의사는 낮에는 괜찮다가도 해가 지면 망상 장애가 도져 야간 근무자들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낙상 사고가 불 보듯 뻔하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신경과 주치의에게 보여 조치를 취하는 게 상책이라고도 했다. 망상 장애를 제어하는 약은 얼마든지 있지만 투약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전문의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댔다. 급하게 해운대백병원 신경과 교수 외래를 요청했지만 빨라도 다음달 20일에야 가능했다. 

   혹시 망상이 심각해질 경우를 대비해 의사는 신체보호대 사용 동의서를 내밀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마음 다잡으려니 참 버겁다. 울엄마가 너무 불쌍하고 처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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