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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Feb 03. 2024

요원한 목표

   작년 이맘때 결심이 흔들리진 않았다.


​   ​점방이 정상 궤도에 안착하자면 예상컨대 앞으로 일이 년은 더 지켜봐야 한다. 작년 3월 개업한 이래 올 정월 구십만 원을 제외하면 월 평균 육십만 원을 마누라 통장에 입금하는 게 고작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완연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월 매출은 고무적이지만 '매달 이백오십만 원씩 마누라 통장에 입금'시키는 게 일상이 되려면 갈 길은 멀고 마음만 급하다. 

   ...

   마누라 통장에 매달 이백오십만 원씩 꼬박꼬박 입금시킬 수만 있다면, 두 딸이 제가끔 앞가림을 할 즈음 마누라도 자기 인생을 즐길 만한 여건을 마련하기에 월 이백오십만 원으로 충분하다고 여겨지면 무능하기 짝이 없는 남편이란 작자는 통영으로 홀연히 떠날 거라고. 남편 또한 일체의 고통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영위할 자유가 필요하다고. (2023.02.02)


​   이백오십만 원은 가장이라는 직분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그 금액이거나 그 이상 매달 꾸준하게 입금시킬 수만 있다면 그간 마누라한테 진 마음의 짐을 좀 덜어내 체면치레는 한다는 뜻도 되면서. 월 평균 육십만 원이던 입금액이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나자 두 배로 올라가긴 했다. 점점 손님도 늘고 그만큼 매상도 늘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작년 12월은 최고의 한 달이었다. 개업한 이래 월 방문객 400명을 훌쩍 넘기고 매상도 최고치를 기록했으니까. 멀리서 보면 우상향인 그래프가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천정을 뚫고 더욱 가파르게 올라갈 거란 기대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정월이 되자마자 이내 고꾸라졌다. 한파와 명절 앞 대목을 타서겠지만 작년 12월 대비 20% 이상 쪼그라든 건 충격적이었다. 뜻대로 안 되는 게 장사임을 새삼 절감했다. 

   장사가 갓 소위 계급장 달고 보병학교란 데서 군사교육을 받을 당시 교육생 잡던 훈육관을 똑 닮았다. 지독시리 군기를 잡다가 살짝 풀어줄 때는 그렇게 살가울 수 없다가도 오냐오냐했더니 기어오른다면서 그길로 작살을 내곤 하던 구대장이 자꾸 떠오르는 건 지랄맞은 비유일까. 아무튼 각 잡고 다시 심기일전하려는데, 무심하게도 평달보다 이틀이나 손해 보는 2월이로구나. '꾸준히 입금되는 이백오십만 원'은 과연 요원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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