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如樂之者

by 김대일

남자 양궁 2관왕인 17살 김제덕이 개인전 탈락 후 "(바람에) 당황했다. 버벅거리다가 게임이 끝나고 말았다"며 "더 배워야겠다"고 했다.

여자 탁구 단식 3회전에서 탈락한 17살 신유빈은 2회전 때 41년이나 차이가 나는 탁구 고수 니시아렌(룩셈부르크)과 맞붙은 경기에서 시종일관 담담함을 유지했다.

남자 수영 200m에서 전체 7위 성적을 거둔 18살 황선우는 100m 구간 기록(49초 78)을 알려 주자 "오버 페이스였네요"하며 49초대에 턴한 걸로 만족하겠다는 쿨한 반응을 보였다. 박태환의 스승이었던 노민상 감독은 황선우에 대해 게임을 즐길 줄 아는, 일하러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일을 즐거워서 하는 사람으로 비유했다.

작년 학교 펜싱부에 들어간 15살 김유빈, 저녁 식탁머리에서 펜싱 경기 보느라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 가는지 모른다. 덩달아 함께 경기를 지켜 보는 엄마 아빠는 한국 선수들이 메달 못 딸까 봐 애간장이 타는데 피아 식별에는 도대체 관심이 없고 펜싱 고수들이 연출하는 멋진 장면들에 감동하고 탄성을 지르기 바쁘다.

"우와!"

"그렇지!"

"저 선수 대단한데!"

금메달 따면 기쁘지만 못 따도 아쉬울 거 없단다. 올림픽에 출전한 세기의 검객들이 펼치는 진검승부를 즐기는 것만도 어딘데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공자가 말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고. 한참 뒤 독일 심리학자 롤프 메르클레도 공자와 비슷한 말을 했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좌우지간 즐겨야 영양가 만점이라는 소린데 다 큰 어른인 내가 15살, 17살, 18살짜리 10대들한테 한 수 배웠다.


* 2021.07.29. 경향신문 <여적>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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