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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Mar 03. 2024

시 읽는 일요일(141)

강 건너간 노래

               이육사


섣달에도 보름께 달 밝은 밤

앞내강 쨍쨍 얼어 조이던 밤에

내가 부른 노래는 강 건너갔소


강 건너 하늘 끝에 사막도 닿은 곳

내 노래는 제비처럼 날아서 갔소


못 잊을 계집애 집조차 없다기에

가기는 갔지만 어린 날개 지치면

그만 어느 모래불에 떨어져 타서 죽겠죠


사막은 끝없이 푸른 하늘이 덮여

​눈물 먹은 별들이 조상 오는 밤


밤은 옛일을 무지개보다 곱게 짜내나니

한 가락 여기두고 또 한 가락 어디멘가

내가 부른 노래는 그 밤에 강 건너 갔소


​   (삼일절 주간이다. 대표적인 저항시인 이육사. 극한적인 현실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강철같은 의지의 소유자이지만 시 속의 나는 외로워 보인다. 그래서 더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시인이자 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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