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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Mar 08. 2024

헬스장 출입 효과

   유산소 운동 구역을 가리키면서 "저기서만 놀아도 뱃살은 좀 빠질 겝니다"라는 헬스관장 말만 철석같이 믿고 월요일부터 퇴근하면 곧장 헬스장으로 향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알바를 꽤 오래 했던 큰딸 조언에 기대어 자전거, 러닝머신, 천국의 계단(스텝 머신), 조정(로잉 머신)을 1시간 가량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돌되 적응이 되었다 싶음 운동량을 차차 늘려 나갈 작정이다. 

   자전거 10분, 러닝머신 걷기 25분 내외, 조정 15회 6세트까지는 견딜 만한데 천국의 계단이라는 기구가 몹시 벅차다. 가파른 산등성이를 숨가쁘게 오를 적에 드는 더러운 기분이 사람을 아주 미치게 만들더구만. 천국 가는 길이 쉬울 리 없으니 그 계단을 정복하면 총각 때 몸매로 돌아갈 거라는 큰딸 장담이 아주 없는 말은 아니로되 언제쯤 계단을 날듯이 잘 탈지는 미지수다. 

   다만, 몸뚱아리 닦달한 보람이 있는지 헬스장 출입 파급 효과는 의외로 크다. 예전 달맞이언덕으로 운동 삼아 산보 나갈 때랑은 딴판이라서. 땀 빼고 샤워한 덕에 말갛게 해가지고 들어오는 남편이 보기 좋은지 "기분 탓인가, 당신 배가 홀쭉해졌어!" 접대성 멘트까지 날리는 마누라가 싫지 않다. 저녁 고봉밥은 꼭꼭 챙겨 먹어야 하고 먹고 나선 빈둥거리다 그대로 자 버리던 곰탱이 아빠가 작심하고 변신을 꾀하려는 노력에 엄지손가락을 과하게 치켜올리는 두 딸 응원에 의기양양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만 보면 운동한다고 생색을 내 가족들 관심을 한몸에 받기에는 헬스장만한 게 없지 싶다. 이왕 시작했으니 아예 장기 이용권을 끊으라면서 돈까지 보태주겠다는 마누라 성화에 못 이긴 척 계좌번호를 불러줬다. 이런 잔소리는 얼마든지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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