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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Mar 07. 2024

상찬

   오래전부터 나는 글 쓰는 이들을 대상으로 강연이나 수업을 할 때 이 이야기를 해왔다. "책상 앞에서의 상상력은 한계가 있다. 내가 상상하는 것은 다른 사람도 충분히 상상한다. 어떤 상상보다 현실이 훨씬 앞서간다. 현실을 찾아서 문을 열고 나가라…."(한창훈, 「공부는 이쯤에서 마치기로 한다」, 한겨레출판, 217쪽)​


​   깎새는 선천적으로 상상력이 빈약하다. 상상력이 무디다고 창의성까지 변변찮을 까닭은 없겠으나 창의적 사고에 상상력이 요긴한 연료임엔 분명하다. 백지에다 없던 글을 짓겠다고 깝죽대려니까 쪼들려서 특히 더 간절하다. 그러니 보잘것없는 상상력을 자인하는 건 어이없고도 김빠지는 선언이다. 

   상상하지 못하는데 참신하고 기발할 리 없다. 그럼에도 악착같이 써제끼고는 싶어서 궁한 김에 찾아낸 방법이 현실 천착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심정으로다가 말이다. 저열한 능력의 소유자가 없는 얘기를 지어내는 것처럼 분수에 안 맞는 짓도 없다. 하여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고 그것이 일상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일상을 비범하게 그려보겠다는 게 상상력을 대체하는 글짓기 방도다.

   깎새 브런치를 구독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데 '좋아요'까지 눌러주는 한 단골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백하게 표현하는 글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그 어떤 상찬보다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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