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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Mar 11. 2024

사소한 행복

   3/10 Asian Moon (꽃별 해금)​

   3/9 회상 (연희별곡 연주)

   3/8 여정 (정동희 작곡, 권선정 대금 외)

   3/7 수채화 (김시은 작곡, 오정민 해금) 

   3/6 Here I Am (헤아림(HearIM) 연주)

   3/5 Spring Day (고우석 피리) 

   3/4 덩덕쿵이(김성겸 작곡, 국악밴드 아비오 연주)

   3/3 꽃잎이 춤추던 날 투(Ⅱ) (진윤경 작곡, 진윤경 피리)


​   새벽 5시부터 1시간 동안 방송되는 <국악의 향기>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지난 일주일 간 마감곡, 즉 그날그날 선곡표 맨 끄트머리 곡들만 모아봤다. KBS 아나운서인 진행자가 그날 방송을 마무리하는 멘트를 치고 6시 시보가 울리기 전까지 자투리시간 2~3분을 메우려는 용도일 성싶어 곡 전체를 온전하게 들어본 적이 별로 없지만 프로듀서 선곡 능력이 탁월해서인지 몰라도 귀에 쏙쏙 박히기 일쑤다. 피날레곡을 위한 들러리인 양 먼저 나간 57~8분여 방송이 전혀 기억이 안 날 지경이면 말 다 한 거다. 제발 6시가 오지 말라면서 끄트머리 곡에 진심으로 몰입하다 보면 그 짧은 시간이 부여하는 사소한 행복이 그날의 일상을 좌우하는 작아도 묵직한 동력처럼 값지다.   

   퓨전국악이라 함은 국악기(혹은 개량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버무러져 전통 음악인 국악이나 서양음악과 대중음악 따위 비국악을 연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편곡과 새로운 국악곡을 창작하고 장르 간 융합이 이뤄지는 다양성의 세계이기도 한데 그날그날 선곡되는 끄트머리 곡은 거진 퓨전국악이다. 곱디 고운 곡을 누가 지었을지 선곡표를 디다보면 도무지 낯설고 그 곡을 맛깔나게 연주하는 이들은 더 낯설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생경하기 짝이 없는 곡들이 꼭 예전에 들어봄 직하게 친숙하다. 다 떠나서 고즈넉한 새벽녘 품에 폭 안겨 깊고 편한 꽃잠을 잠시 잔 듯한 안온함에 흐뭇하다. 면면히 흐르는 궁상각치우 유전자가 어디 가겠냐마는. 천상 한국사람.


https://youtu.be/e_ejePT3LEg?si=mdddkZg2kOfGMR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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