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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Mar 13. 2024

아프기 원칙

   천국의 계단이다 조정이다 자전거다 러닝머신이다 지난 한 주 내내 못살게 구는 바람에 그간 퍼져 있던 몸뚱아리가 어마뜨거라 기겁한 게 틀림없다. 온몸이 쑤시고 결리는 데다가 앓는 깎새 골려줄 적기라는 듯이 주말에 몰려 들이닥치는 손님들을 애면글면 받아내느라 무리가 왔는지 감기몸살이 심하게 들렸다. 안 하던 짓 하다가 뒤탈이 난 게다.

   염색약을 만져 생기는 손가락 피부 염증, 어깨와 목 경직 따위 깎새라서 감수해야 할 직업병에 비하면 약과인 건 맞다. 감기몸살이야 약 먹고 푹 쉬면 떨어질 테고 살몸살은 운동해서 다스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경중을 떠나 '안 하던 짓'만 하면 삐거덕거려 병치레로 이어지는 몹쓸 몸뚱아리는 본질적 문제다. 그 몸뚱아리를 철없이 함부로 굴린 스스로가 실은 문제이면서도 나이 탓으로만 돌린다. 나이 먹을수록 병치레는 잦아지고 옴나위없이 불치병에 걸려 암담해지는 팔자를 운명이라고 여기면서 말이다.

   어른들 말 중에 '자는 잠에 간다'는 건 고종명의 관용적 표현이지만 도둑놈 심보나 다름없다. 결국 안 아프고 편하게 명을 마치겠다는 소리질 않나. 그런 복을 누리고 세상 뜨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몸에 온통 해롭다는 것들이 지천에 깔린 요즘 세상에서 말이다. 그러니 안 아플 순 없다고 마음 내려놓고 사는 게 차라리 신상에 이롭다고, 아프되 살살 아픈 방법을 궁리하는 게 속 편한 처신이지 싶다.

   깎새는 아프기 원칙을 제멋대로 정한 바 있다.


​   잔병치레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시난고난하지 말기.

   서럽지 않을 정도로만 아프기.

   병수발든답시고 가족 일상이 송두리째 망가지는 불상사가 없도록 요령껏 아프기.


​   인명은 재천이랬으니 때를 정해 놓고 아프고 아픈 정도를 적절하게 조절한다는 건 당치도 않다. 하지만 평소에 살살 아픈 몸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면 살아 있어도 죽은 목숨이라는 산송장 취급은 안 당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살몸살로 걷는 것조차 싫지만 오늘도 꾸역꾸역 헬스장엘 간다. 천국의 계단은 오늘 그냥 넘어갈까 말까가 중차대한 기로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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