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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Mar 14. 2024

민머리를 지향하는 카센터 사장님의 꾸준함에서 얻은 교훈

   민머리를 지향하는 옆 건물 카센터 사장님이 만학도의 길을 걷고 있기로는 이태 전 점방을 개업해 깎새가 그 행방을 감지하고부터 부단하다. 아침 7시 수업을 듣기 위해 가방 메고 총총걸음으로 전철역을 향하는 모습은 자동차를 좀 더 전문적으로 수리를 하기 위해 영어를 익히고 싶다는 그의 바람보다 더 큰 암시를 내포하는 성싶다. 넘을 수 없는 영어의 벽을 돌아서면 까먹는 아둔함 탓에 절감하는 바이지만 '꾸준하게 가방 메고 총총걸음'만으로 비록 정복하지는 못할지라도 영어를 끼고 사는 데 거북하지 않을 형편은 마련할 수 있을 테다. 롤프 메르클레라는 심리치료사가 말했다지.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오래 전 공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지.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즐겁지 않고서야 꾸준할 순 없다.

   수천 권 읽은 책을 발판 삼아 글을 쓰겠다고 선언한 이의 변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만하게 여겨지는 까닭은 그 글이라는 게 책에서 얻은 양식과 동일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에서 비롯되었음이리라. 교재를 지천으로 깔아 놓는다고 영어에 통달할 리 만무하고 독서가 곧 글재주라면 문맹률 1%라는 대한민국은 작가들 천지겠다. 차라리 그가 수천 권 책을 읽었던 것보다 더 글쓰기에 열성을 기울이겠노라 겸허했다면 입신의 경지를 진심으로 기원했을지도 모른다. 하여 민머리를 지향하는 카센터 사장님으로부터 얻은 오늘의 교훈이란, 어김없이 좌절을 곱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해도 가방 메고 총총걸음으로 학원을 향하는 꾸준함처럼 제 할 바를 분수껏 진득하게 이어나가는 것이야말로 '포정해우'로 가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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