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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Mar 28. 2024

개타령

   윈스턴 처칠은 1965년 91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다. 자신을 괴롭힌 우울증을 '평생 나를 따라다닌 검은개(블랙독)가 있다'고 표현하면서. 검은개를 우울증과 연결시킨 이는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1709~1784)이지만 이 비유를 대중화한 이는 처칠이 되겠다. 영어사전에 ‘블랙독’은 우울증, 낙담으로 풀이된다. 죽음이나 마녀를 상징하는 검은색을 오랫동안 터부시한 인류가 검은개를 기피하는 '검은개 증후군'을 낳은 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른다. 물론 근거 없는 편견의 결과지만.(<여적-검은개 증후군> , 경향신문 참조)

   개싸움에 져서 밑에 깔린 개를 언더독, 이긴 개를 탑독이라 하는데 상대적으로 약자가 절대 강자를 이겨 주기를 바라는 심리 현상을 일컬어 ‘언더독 효과’라고 부른다. 어려운 환경과 조건에서 위기와 난관을 극복한 언더독 스토리를 자기 일처럼 사람들은 더 열광한다.

   어제 새벽, 정확하게는 5시 53분. 광안대교를 달리는 중이었다. 여명이 밝아 오고 있었다. 어둠과 밝음이 뒤섞인 세상은 묘한 실루엣을 이루었는데 동쪽 바다에 불그스름한 성채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버티고 서 있는 게 아닌가. 채 가시지 않은 해무 잔당이 어스름 새벽빛으로 거대한 환영으로 둔갑했음이라. 불현듯 바다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 위에서 성채가 부르는 달콤한 망상에 젖어 풍차를 괴물로 착각한 돈키호테인 양 돌진하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해가 뜨고 질 무렵 저 언덕 너머 보이는 짐승의 실루엣이 친근한 개인지 사나운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때를 가리키는 프랑스 속담. 어둠과 밝음의 불확실성 때문에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든다지만 꼭 다 그런 건 아니라서 감미로운 혼돈에 홀린 영혼이 정화될 수도 있음이라. 아름다웠다!

   줄창 개타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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