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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May 05. 2024

시 읽는 일요일(150)

친구

     김민기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오

그 깊은 바다 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눈앞에 떠오른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오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 바퀴가 대답하려나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모습들

그 모두 진정이라 우겨 말하면

어느 누구 하나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 사람 누가 있겠소


​눈앞에 떠오른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오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 바퀴가 대답하려나


​   (대학 다니던 1990년대, 부산대학교 정문 바로 앞에 자리했던 사회과학 전문 서점 '나라사랑(나사)'과 그 일대 전통찻집에서 들려오던 이른바 민중가요라는 것에 분명히 김민기 <친구>가 있었을 테다. 김민기 하면 <아침이슬>밖에 모르던 과문함 탓에 서정적인 노랫말과 선율이 잘 어울려 귀에 착착 감기던 노래라면 김민기가 아닌 정태춘인 줄 착각했겠지.

   소극장 학전이 문을 닫자 직접 지었으되 두 번 다시 대중 앞에서 부르지 않은 김민기의 노래가 요즘 부쩍 자주 들린다. 한국말이 가지는 독특한 음악성에 신경을 써 노래와 가사를 매칭시키는 데 천부적인 재질을 가진 김민기를 알아본 송창식이 아니더라도 그의 노래를 들어봤다면 경도되지 않을 자 그 누구인가.

   학전이 사라지고 김민기가 와병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불현듯 우리들의 '벨 에포크Belle Époque'도 속절없이 사라져 버리는 상실감에 떨어야 했다. 세상 모든 것은 다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아름다운 시절이여, 그리움만으로 여생을 꾸리기에는 너무 버겁구나!)​


https://youtube.com/watch?v=blOJ_jiiexI&si=tBSUGaDBmbZaY-1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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