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7)

by 김대일

우문현답


너,

누구냐


나,

모르겠다


부산 2호선 수영역에 전시된 시화 중의 하나다. 시인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짧으면서 매서운 잽처럼 인상적이었다. 한편으로 자고로 시란 간결함 속에 깊은 진리가 내포된 아포리즘이어야 한다는 의뭉을 떠는 것도 같고. 시를 어떻게 지지고 볶든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일단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내가 보기에 이 시의 감상 포인트는 제목이다. '존재의 모호성'이라는 진부한 주제를 노래하는 것 자체가 상투적이라 참으로 어리석다고 시인 스스로 시인하는 꼴이니 말이다. 우문현답. 이 시는 제목이 살렸다.

"아아 나는 잠들었는가, 깨어 있는가. 누구,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가 없느냐."

「리어왕」 1막 4장에 나오는 대사다. 시대가 변해도 질문은 똑같다.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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