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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May 15. 2024

부재는 그리움을 더한다

   며칠 전 아침 노인 두 명이 점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낯익은 노인은 단골임에 틀림없지만 동행한 다른 노인은 낯선 게 제 단골 점방을 자랑하려고 데려온 친구일 성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러 깎새 들으라는 듯 전에 다니던 이발소는 비좁고 지저분하다고 성토하는 노인네들이 그저 귀여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단골 노인이 무심코 던진 말에 깎새는 그만 숙연해졌다.

   "나도 소개받아서 온 데야 여기가. 근데 그 영감태기가 죽어 버렸어."

   단골 노인을 소개해 준 영감태기는 과연 누구였을까. 전라도 곡성이 고향이라던 폐암 앓던 노인이었을까, 두주불사를 자랑하던 소싯적 꽤나 유명짜했다던 형사 출신 노인이었을까, 아니면 남들 다 얻는다는 노인일자리 신청해도 자기만 꼭 떨어진다고 푸념을 늘어놓던 노인이었을까. 모두들 발길 끊은 지 좀 된 단골들이었다. 

   손님은 머물지 않고 늘 떠돈다고 했다. 오늘 단골이라고 영원한 단골일 리 없다. 하지만 깎새-손님 관계를 장삿속-잇속으로만 재단하는 건 너무 삭막하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심상찮으면 식상한 존재란 없다는 사실에 새삼 서글퍼진다. 

   부재는 그리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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