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 읽는 일요일(153)

by 김대일

기억하는가

최승자


기억하는가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

환희처럼 슬픔처럼

오래 큰물 내리던 그날.


네가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네가 다시는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평생을 뒤척였다.


​ (전화는 사랑에 베였던 통증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상징이다. 시대에 따라 삐삐, 핸드폰 따위 기기만 바뀌었을 뿐 불통이었던 건 똑같았다. 하여 평생을 뒤척였다는 고백에 가슴이 찢어진다.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응어리다.)

작가의 이전글정치인의 유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