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적인 조언이 필요했다. 비록 남 밑에서 기술을 더 연마하라는 소리만 되풀이할지언정. 학원에서 알게 된 서른일곱 먹은 P는 미용사 자격 소지자이지만 미용보다는 남성 커트로 진로를 바꿨다. 말발이 장사의 80% 이상이라는 미장원(나머지 20%는 각각 실력, 외모라고 그가 어림하길래 미장원을 안 가 본 나로선 그런갑다 한다)은 제 주변머리로는 도통 자신이 없어서 깎는 사람이나 깎이는 사람이나 말 없기는 마찬가지인 남성 커트가 오히려 자기한테 제격이라 확신하고 덤벼든 지가 햇수로만 3년째. 제 잇속 차리기에만 혈안이 돼 부려 먹기 바쁜 원장이란 작자들 심보가 맘에 안 들어 여기저기로 전전하기를 수차례, 견습생 노릇도 해먹기 힘들어 아예 가게를 차리자고 마음 먹고부터 가게 알아보러 다니느라 요새 바쁘다나 어쨌다나. 부모님이 장가 밑천 미리 땡겨 주는 셈치고 건넸다는 1천만 원을 종잣돈 삼아 조건 맞는 가게를 찾아 부산 안 가 본 데 없이 싸돌아다녔다는 그가 안쓰러워 잘 되기를 바라면서도, 솔직히 지금 기량으로는 쪽박 차기 십상인데다 암만 싸고 좋은 데를 찾아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다녀본들 1천만 원짜리 로또란 게 그야말로 백사장에서 바늘 찾는 격이라.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없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이 꼴 저 꼴 당하느니 나중 가서 어찌 될 값에 제 가게 여는 게 속은 편하겠다고 이 바닥에 입문한 지 고작 일 년인 나조차도 느끼는 바라 섣불리 만류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생맥주를 홀짝거리는 두 시간 남짓 내 입에서는 올해까지만이라도 남 밑에서 더 배우라는 말만 연신 되뇌일 뿐이었다. 무르익었을 때 덤벼들어야 밑지지 않는다, 자기의 능력을 못 믿는 건 속상하지만 그만큼 숙성하는 시간을 버는 셈이다, 당장은 버는 것 없이 몸도 마음도 고달프겠지만 그 고비만 넘기면 순풍에 돛을 달 거인데 하면서 말이다. 감히 자부하건대 일 년 넘도록 자격증 준비와 실무를 병행한 나는 지금이라도 당장 가게를 차릴 역량을 갖췄다. 허나 설령 자격증을 거머쥐었다손 지금은 가게를 꿈 꿀 때가 아니라고 본다. 그보다는 곳곳에 숨어 지내는 고수들을 찾아 다니면서 그들만의 비법을 보고 익히는 더 정성을 들이겠다. 세상 쉽게 봤다가 된통 당했던 소싯적의 교훈일까. 노파심만 늘어서 그런가 일마다 돌다리 두들겨 가매 천천히 짚고 넘어가는 게 오히려 편하다. 1천만 원이라…적으면 적은 돈이 절대 아니다. 경험쌓기용으로 지불하기에는 너무나도 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