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 머리카락

by 김대일

손톱 밑에 머리카락이 박히면 무지하게 아리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고통이다. 목구멍에 뼈다구 걸린 호랑이 얘긴 동화책에서나 읽었지만 손톱 밑에 박힌 눈에 보일락 말락 하는 머리카락 때문에 눈물이 쏙 빠진 사람이 세상천지에 몇 명이나 될까. 남들은 평생을 살아도 겪지 못할 사건이 내겐 심심찮게 일어나는 걸 보면 어느덧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희귀한 확률의 인간군에 진입한 셈인가.

응급처치용 약품을 가방 속에 상비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원숭이 나무에서 떨어지듯 업력 60년을 자랑하는 부친이나 주말마다 견습하는 커트점 원장(그 양반도 장사 이력만 10년이 넘고 미용사, 이용사 자격을 다 구비한 실력자)조차 잠깐 방심하다 손가락이 날카로운 가윗날의 제물이 되곤 하는데 나같은 어중잽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베이고 찍히는 게 다반사다. 서슬 퍼런 가윗날, 면도날에 슬쩍 스치기만 해도 금세 선홍빛 피로 흥건해진다. 상처난 부위를 피부색 반창고로 칭칭 동여매 지혈을 시도하지만 쉬 멎지 않아서 손님 목에 친 커트보로 철철 흘러 내려 온통 핏빛으로 물든 적이 허다하다. 가위, 칼을 다루는 오른손은 깨끗한데 비해 왼손은 상처투성이다. 가위, 면도칼 따위 이용 기구를 주로 오른손으로 다루기 때문인데 조수 역할에 충실한 애먼 왼손만 이리저리 치이는 형국이다.

가방 속 꾸러미에는 상비약 말고도 족집게도 담겨져 있다. 머리카락이 피부에 박히는 건 이발사의 숙명이라서 박혔다는 느낌이 들면 바로 뽑을 수 있도록 항시 지참하라는 육십 년 이력에서 우러난 부친의 충고를 무시할 수 없었다. 바늘에 쉼 없이 콕콕 찔리는 느낌은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니까. 덕분에 유용하게 잘 쓴다.

하지만 바짝 깎은 손톱 밑에 박힌 머리카락까지 뽑아낼 만치 족집게 양날이 첨예하지 못하니 당황스럽다. 내 것이면 밉지나 않지 듣보잡 터럭이 내 손톱 안을 비집고 들어왔다는 께름칙한 이물감이 마음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모니터링만 주야장천 쳐다보는 사무원이 거북목이 되듯 어차피 이 바닥에도 직업병이 없을 리 없고 그러려니 반 포기 상태로 족집게가 안 되면 바늘, 그보다 더 뾰족한 무엇이든 구해 그 빌어먹을 일호를 뽑아내야 한다. 터럭으로 먹고 살 운명이니 추호의 어긋남도 없이 제 몸 잘 간수해야 마땅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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