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이 초래하는 혼란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방식을 전보다 더 나은 쪽으로 재건한다.
그들은 외상의 가능성과 그것에 대처하는 더 나은 방법을 결합하는 새로운 심리적 구조를 만든다.
- 리베카 솔닛, 「이 폐허를 응시하라 」, 정혜영 옮김, 펜타그램
2021년 제3회 이용사 실기시험이 8/21부터 9/10에 걸쳐 치뤄진다. 지난 주 내내 여름 휴가를 보낸 학원은 금주부터 본격적인 시험 집중 대비 모드로 전환했다. 실기시험이 스무날에 걸쳐 진행되다 보니 학원생들마다 응시일이 제각각이다. 응시일이 앞이든 뒤든 이때쯤 되면 발등에 불 떨어진 듯 어마뜨거라 수선을 떨어대기 일쑤다. 임박한 시험이라는 미지의 불안 때문에 생기는 과민반응에 다름 아니다.
수험생만 5명을 효과적으로 교수하기 위해 시험 대비반 담당 강사는 시험장과 똑같은 환경을 조성한 뒤 본시험과 똑같은 진행 순서와 시간 제한을 두는 일종의 모의고사를 매일 치르기로 작정하고 월요일부터 수험생들을 몰아세웠다. 과목별 세부 행동을 완수하기 위해 제한 시간 내에 아등바등하는 수험생들 공히 몹시 힘에 겨워하는 눈치다. 네 번씩이나 시험장을 들락거린 나조차 어떨 땐 허위허위 부대끼면 말 다했다.
그렇게 심장이 쫄깃거리는 긴장감으로 전심전력을 기울이는 훈련이 어떠한 악조건 하에서도 제 기량을 십분 발휘하는 저력을 기르는 순기능을 제공하는 반면 큰일 치르기도 전에 지레 진을 뺀 나머지 정작 시험 당일 난조에 빠지지 말란 법도 없다. 안 물어봐서 다른 수험생들의 속내를 알 길 없지만 최소한 내 입장에서는 심지를 아금받게 다잡는 계기가 되어 고무적이다. 실전을 방불하는 훈련을 거듭할수록 시험장에만 들어갔다 하면 어김없이 튀어나와 난장을 부리는 더러운 낭패감을 진정시킬 용기가 내 속으로 서서히 충전되는 느낌이랄까.
기술적인 면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연거푸 불합격의 고배를 마시는 것도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한다면, 트라우마적 상황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진화하며 좋은 삶을 살고자 하고 좋은 사회로 전환하고자 하는 지향, 즉 '외상후 성장'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지금 진행하는 시뮬레이션이 다른 이들보다 더 절실하게 나한테는 필요하다.
내 시험일은 9/1이다. 번다한 용무 따위를 빼고 나면 실질적인 준비기간은 열흘도 채 안 남았다. 하지만 이대로만 차곡차곡 준비한다면 주눅 든 마음의 주름이 조금씩조금씩 펴질 거라 장담한다. 내친 김에 시험에 합격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뚝심 좋은 나로 탈바꿈할 절호의 기회이길 바라고 또 바란다. 맞다. 지금이 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