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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May 30. 2024

사랑 거즛말이로다

   사랑이 거즛말이 님 날 사랑 거즛말이

   꿈에 와 뵈단 말이 긔 더옥 거즛말이

   날갓치 잠 아니 오면 어늬 꿈에 뵈리오​


​   사랑한다는 거짓말이, 임이 나를 사랑한다는 거짓말이

   꿈에 와 보인다는 말이 더더욱 거짓말이니

   나처럼 애가 타서 잠이 오지 않으면 어느 꿈에 보이리요


​   사전을 뒤져 '사랑'이란 뜻을 찾아 보면, 어떤 사람이나 존재 혹은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나 그런 일/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성적인 매력에 이끌리는 마음 또는 그런 일/열렬히 좋아하는 대상(표준국어대사전) 따위로 나온다. 누군가는 생각할 사思, 부피 량量이 합친 '사량'이란 어원을 들어 '어떤 대상을 생각하는 마음의 깊이'라고 정의내리기도 한다. 표현이 다르다 뿐 소중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보면 거기서 거기​다.​​​​​

   사랑을 나눠 보자. 정신적인 사랑일 수도 있고 육체적인 사랑일 수도 있으며 그 둘이 결합되기도 한다. 부모 자식 간 내리사랑, 치사랑도 포함되고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 친구 간에 우정이 두터우면 그것도 사랑 축에 낀다. 사람이 아닌 동식물 나아가 무생물에 이르러 전도된 갈망(패티시즘)도 사랑이라면 사랑이다. 

   하지만 사랑은 거짓말이다. 병상에 누운 채 몸뚱아리 가누지 못하는 모친을 향해 "사랑해요"라고 되뇌이는 것만큼 처량하고 허망한 짓도 없다. 열렬히 사랑해서 몸을 섞어 본들 물질주의와 금전만능 앞에 남녀 간 아가페는 무력하다. 사랑하기에 떠난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가 따로없다. 그러니 사랑한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사랑한다며 스스로 거짓부렁을 일삼느니 차라리 상대를 향해 "당신한테 의지합니다"로 솔직해지는 게 낫다. 의지와 사랑의 차이가 있냐고? 있다. 사랑은 영원이 잠재되어 있으나 의지는 한계가 뚜렷한 유한성이다. 끝이 보이니 거기까지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게 의지다. 

   이 세상에 불멸이란 없다. 그러니 '영원'한 사랑을 지껄이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사랑 거즛말 사랑 거즛말 사랑 거즛말이로다


사랑은 거짓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bBAsL-_Sa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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