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새 네이버 블로그 프로필 사진은 라흐마니노프 초상이다. 피아노협주곡 3번이 특히 해장에 그만이라 그걸 만든 능력자라면 추앙할 만하다 싶어 그의 사진을 걸어뒀지만 그가 누군지 모르는 이가 더 많을 혼자만의 애호임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 주말 30대로 보이는 손님이 쭈뼛대며 들어왔다. 커트보를 치고 막 깎으려는데,
"블로그 프사가 혹시 라흐마니노프 아닌가요?"
깜짝 놀라는 깎새였지만 의뭉스럽게 되물었다.
"라흐마니노프를 아세요?"
"그 방면에 관심이 없으면 누군지 알 리 없겠지만 한때 몸담았던 입장에서 모를 수가 없지요."
동네 남자 커트점을 물색하려고 인터넷을 뒤지다가 우연히 깎새 블로그까지 흘러들었던 모양이다. 게시글을 읽다 보니 그 동네 지형지물과 흡사한 데가 많아 혹시나 싶었단다. 프사가 라흐마니노프니 그걸 빌미로 진짜 글 쓰는 깎새인지 짐짓 물어보리라 다짐했다나.
"한때 몸담았다 했는데 악기를 다뤘다는?"
"학부 때 바이올린 전공이었지요. 지금은 관뒀지만."
"아예 다른 일 하시나 봐요?"
"관련이 전혀 없는 그냥 직장인입니다. 예술한답시고 깝죽대다간 배 곪기 십상이라 진즉에 손을 놓았지요."
글 쓰는 깎새를 알아본 것보다 라흐마니노프를 알아본 사실이 더 신기하고 반가웠지만 이내 오금이 저린 깎새.
"손님 덕에 오늘 좋은 교훈 하나 얻었네요. 사람이 미워도 가급적이면 그 사람 욕은 글로 안 써야겠다는. 점방 찾은 손님에 관해서는 특히 더! 언제가 되었든 그 손님이 글을 안 본다는 보장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