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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ul 29. 2024

생각하는 훈련

   미국의 교육자 윌리엄 클라크는 일본 메이지 유신 시기에 현대식 전문학교 설립을 위해 일본 정부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당시 그가 했던 말은 우리나라에서도 꽤 유명해졌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 추측컨대 일제 강점기에 수입되어 널리 퍼졌던 것 같다. 나도 학창 시절 자주 들었던 말이다.

   군사정권 때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터라, 당시 소년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장군 또는 대통령이란 답이 다수였다. 어른들은 이런 답에 “그 놈 참 포부도 크다.”며 칭찬했다. 그러니 야망이란 말을 매우 긍정적 의미로 썼고, 그냥 성공보다는 ‘대성(大成)’한다는 말을 좋아했다. 이런 말들에는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뜻이 짙게 배어 있었다.

   그런데 클라크의 말은 정치적 야심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돈을 위해서도 아니고, 이기적으로 대성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사람들이 명성이라 부르는 덧없는 것을 위해서도 아니고, 인간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을 이루기 위해 큰 뜻을 품어라!” 그는 축재(蓄財), 출세, 허명(虛名) 등을 오히려 경계하며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위해 큰 뜻을 품으라고 한 것이었다. 도덕적인 주문이었다.

   아마도 당시 군국주의가 거세던 일본에서 클라크의 말을 거두절미하고 자기들 편한 대로 야망의 의미를 해석해 그 ‘명언’을 퍼뜨린 것 같다. 어쨌든 우리나라 사람들도 야망이란 말을 아주 좋아한다. 청소년들에게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면서 야망을 품으라고 한다.(<김용석의 시사탐방-야망과 깜냥> 중 일부, 국제신문, 2021.10.22.) 

   

   '개념의 철학자'란 별칭으로 유명한 김용석 철학자는 개념을 엄밀하고 정확하게 다루면서도 이를 확장해 철학·과학·문학·대중문화를 넘나드는 독창적 집필 활동으로도 유명하다. 위 인용글은 익히 들어 잘 아는 명언을 두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을 설명하는 게 인상적인 칼럼이다.

   철학자는 한 저서에서 철학을 학습하지 말고 철학과 춤을 추라고 했다. 그 춤을 잘 추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또 “남달리 생각하는 능력과 기술 그리고 상식의 권력이 무시하는 대안을 보존하라”고도 충고한다.(『철학광장』, 한겨레출판)

   생각하는 훈련, 즉물적이고 즉흥적인 깎새에게 요긴한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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