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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ul 30. 2024

다치바나 다카시가 던진 화두(1)

   지知의 거인이 영면한 지 3년이 됐다. 3년 동안 추모하는 만큼 그를 따라가지 못하는 깜냥이 참 서글프다. 그가 남긴 저서를 게걸스럽게 탐독한 건 맹신적인 추종 의지에서 비롯되었음이나 타고난 게 모지리이다 보니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하기란 난망하다. 그럼에도 그가 던진 화두를 새삼 곱씹으며 뛰어봤자 제자리일 뿐일지언정 도약의 계기로 삼고 또 삼고자 애쓰겠다. 

   

   화두 하나 

   

   아무래도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면 매끄러워질 때까지 손을 본다. 손을 보는 가운데 머리가 혼란스러워져서 무엇이 좋을지 자신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일이 간혹 생긴다. 그럴 때는 과감히 쳐내는 방향으로 손을 댄다. 매끄럽지 않은 부분은 반드시 긴 문장이다. 그러니 우선 수식어(수식어구)를 덜어내고 연문連文, 복문은 단문화하여, 가능한 한 단순하고 짧은 문장을 만들어본다. 그래도 매끄럽게 읽히지 않으면 문장구조를 바꿔본다. 구체적으로는 주어를 바꿔본다. 주어를 바꾸면 문장 전체가 바뀌지 않을 수 없다. 주어를 바꾸자마자 지금까지의 신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문장이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일이 흔히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식의 단련법』, 박성관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9, 155쪽)

   

   이런 잘못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문장을 객관적으로 읽을 능력을 익혀야 한다. 이것은 말은 쉽지만 행하기는 어렵다. 스스로가 자신의 문장을 읽을 때는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만나면 머릿속에서 스스로 해설이나 해석을 보완하며 읽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문장을 100퍼센트 객관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지난한 기술이다. 그러니까 우리 같은 직업적 저술가의 경우에도 편집자와 교정자가 읽어보고 이상한 부분을 체크하는 것이다.

   교정이라는 작업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원고와 교정쇄를 대조하여 원고 그대로 되었는지를 체크하는 것만이 아니다(그것밖에 안 하는 이름뿐인 교정자도 꽤 있지만). 문장의 문법적 오류, 구문론적 오류로부터 의미가 불분명한 대목까지 지적해주는 작업인 것이다.(같은 책, 196쪽)

   

   다치바나 다카시를 처음 소개받았을 땐 심드렁했다. 일본인 특유의 아기자기한 잔기술만을 부각시키는 논픽션 작가 정도로 과소평가했으니까. 하지만 그가 쓴 저서 중 한 권을 읽은 뒤 묵직한 훅 한 대를 처맞은 듯 얼얼했다. 그리고 떠오른 게 ‘대교약졸大巧若拙(매우 공교한 솜씨는 서투른 것처럼 보인다)'이라는 성어였다. 

   함량이 든든하면서 짧고 쉽게 글을 쓰기 위해서 어떻게 단련해야 할지 다치바나 다카시를 안 뒤로 두고두고 숙고하는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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