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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ul 31. 2024

다치바나 다카시가 던진 화두(2)

   화두 둘


   막내딸이 초등학생일 무렵이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한창 유행하던 '액체괴물'(줄여서 '액괴')에 녀석도 마음이 뺏겨 제 방에 틀어박혀 액괴만 만지작거리기 일쑤였다. 입문 단계가 지나자 유투브에서 다양한 액괴 스타일을 목격하거나 친구들이 가지고 노는 각양각색 액괴들을 눈여겨보더니 자기만의 참신하고 창조적인 액괴를 진지하게 만들어나가기에 이르렀다. 마침 다치바나 다카시에 매료되어 그가 쓴 저서를 섭렵하던 터여서 제 어머한테 연신 핀잔을 들으면서까지 죽자 살자 액괴에 매달리는 막내딸을 변호할 겸 다치바나식 지知의 단련 방법을 끌어와 글을 남긴 적이 있었다. 


​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자기에게 최적화된 지식 분류 체계가 개인마다 잠재돼 있을 테다. 지식 분류 체계라고 하니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실상은 관심 분야를 제 구미에 맞게 나름대로 도식화함으로써 일종의 셀프 지식 차트를 완성하는 게다. 그렇게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영역으로 구축된 차트 속 지식을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는 작업을 시도해 나가다 보면 지식들 사이에서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 기발하면서 크리에이티브한 제3의 교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다분하리라 혼자 어림짐작한다.(2018.05.04)​


​   막내딸 머릿속에 액괴의 지식차트가 잠재해 있고 새로운 자극이 들어오면 기존의 액괴 지식과 반응해 제3의 기발한 액괴 스타일을 창조한다··· 뭐 이런 골자이긴 한데 뻔뻔하기 짝이 없는 견강부회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에 매료된 가장 큰 이유는 방대한 독서량을 바탕으로 한 그만의 독특한 지식 단련법 때문이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인 그의 고양이빌딩에 꽉 들어차 있던 10만 권이 넘는 장서도 대단했지만 다방면에 걸친 지식 구축을 다치바나식 지식 차트라는 도표로 그려내 보일 수 있다는 점은 부러움 그 자체였다. 다치바나 다카시한테 매달리면 더 많은 지식을 더 빨리 축적시킬 꼼수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왕도란 없다. 생전에 다치바나 다카시는 관심사가 나타나면 그것에 관한 것이면 뭐든 집요하게 수집해 정리한 뒤 그걸 바탕으로 해서 끊임없이 써내려 갔다. 『지의 정원』(박연정 옮김, 예문, 2010),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이언숙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1)에 드러난 세상의 지知를 향한 매혹적인 행로난行路難은 매력적이었지만 촉발된 궁금증은 그럴수록 증폭되었다. 지적인 포만감을 소화불량 없이 내면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있다면 그 방법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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