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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Aug 04. 2024

시 읽는 일요일(164)

문병 

     문태준


그대는 엎질러진 물처럼 누워 살았지

나는 보슬비가 다녀갔다고 말했지

나는 제비가 돌아왔다고 말했지

초롱꽃 핀 바깥을 말하려다 나는 그만두었지

그대는 병석에 누워 살았지

그것은 수국水國에 사는 일

그대는 잠시 웃었지

나는 자세히 보았지

먹다 흘린 밥알 몇 개를

개미 몇이 와 마저 먹는 것을

나는 어렵게 웃으며 보았지

그대가 나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으므로

그대의 입가에 아주 가까이 온

작은 개미들을 계속 보았지


   (지난 주에 이어 또 문태준 시다. 그의 시는 깎새 현실과 데칼코마니이다. 이토록 감정 이입이 쉬웠던 적이 없다. 

   거의 매주 문병을 간다. 파킨슨 증상이 점점 악화되는 엄마 보러. 연한 카스테라를 씹으면서 요구르트에 빨대 꽂아 직접 빨아 마시고 싶어서, 언제 그리 될지 기약조차 못하면서 엄마는 매일 씹는 재활에 열중이다. 그런 엄마한테 곧 원없이 씹어 잡술 테니 우짜든동 재활 열심히 하자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잔소리만 되뇌는 깎새가 <문병>에 울컥하다가 <가재미>에 그만 오열해 버리고 말았다. 

   시를 읽다가 울어보긴 문태준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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