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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Aug 07. 2024

밑천 달리는 녀석의 넋두리

   깎새는 밑천이 한참 달리는 녀석이다. 여태 세상 물정에 어두워 편협하다. 그보다 더 절망적인 건 생각하는 데 너무 서툴다. 피상적이고 즉흥적이라는 의미. 아마도 목전에 닥친 형편 수습에만 급급하는 습벽이 굳어져 버린 탓일 게다. 오랫동안 깊이 생각하는, 흔히 사색이라고 칭하는 짓이 먹고 사는 데 별 도움이 안 되는 대신 임시변통적인 즉각 반응이야말로 적자생존의 유일한 방책이라는 열등감이 머저리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음이라. 그러니 사고 회로에 암세포인 양 번져 있는 순간, 즉각, 즉흥, 충동, 조급 따위 반이성적 광기를 나이를 이만큼 먹은 시점에서 도려내기란 참 어렵다. 

   사람들 심금을 울리면서 오래오래 회자되는 명문은 그럴싸한 낱말과 구절의 조합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다. 오랫동안 깊이 궁리하면서 벼린 생각을 글이란 도구를 빌어 잘 버무린 앙상블이 곧 명문이다. 하여 그런 글을 읽는 이는 글쓴이의 사상에 저절로 감화되어 정서를 함양하고 이성을 가다듬게 된다.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발상에 기댄 경박한 필체는 읽는 이를 호리는 데는 능할지 모르겠으나 우직한 여운을 남기기에 난망하다. 그걸 그나마 알고 있기에 정신 똑바로 박힌 인간으로 또박또박 글 쓰고 싶어 애가 타지만, 참 어렵다. 워낙 피상적이고 즉흥적으로 굴러먹다 보니.

   깜냥은 안 되면서 줄기차게 끼적대는 주접을 얼마나 더 떨어야 할지 고민스럽다. 이럴 때는 답도 없으면서 생각만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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