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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Aug 12. 2024

갱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

   요사이 덥다는 투정이 부쩍 는 마누라다. 폭염 기세가 등등한 한여름에 더위 안 타는 게 더 이상한 일이지만 분초를 다투며 더웠다가 추웠다가를 되풀이하는 변덕이라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무엇보다 더위보다 추위를 더 타던 여자가 옆사람을 달달 볶고도 모자랄 만큼 더워서 죽을 지경이라면서 안달을 내면 겁부터 덜컥 난다. 혹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게 아닌가 하고. 

   같이 퇴근하려고 픽업하기 전 자동차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놔야 안심이 된다. 그런데도 마누라는 삼복더위에 에어컨을 트는 둥 마는 둥 하는 사람은 깎새밖에 없다고 타박을 늘어놓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등부터 까뒤집더니 등에 불이 붙은 것 같다며 에어컨 리모컨부터 찾는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됐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완전 딴판으로 춥단다. 근데 틀어 놓은 에어컨은 건드리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병원 가봐야 되지 않겠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마누라가 먼저,

   "갱년기야. 그러니 조심해. 빈정 상했다간 사람이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니까."

   퇴근길 픽업하기 직전 자동차 에어컨을 가장 세게 틀어두는 짓은 센스가 아니라 생존전략이다. 갱년기 마누라한테 밉보였다간 어떤 수난을 당할지 알 수 없으니까.

   갱년기의 갱을 '다시'라는 뜻보다는 신체의 흐름이 '바뀐다'는 뜻으로 읽어야 한다면 이러한 미증유의 이상 증세는 바야흐로 예전 몸뚱아리와는 결별을 고하라는 신호나 마찬가지다. 낯설고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큰 병으로 덧나지 않는 한 어차피 늙어가는 길목에서 거쳐야 할 통과의례일 뿐이라고 느긋하게 받아들일밖에. 그런 의미에서 직전에 언급했던걸 수정해야겠다 이렇게.

   퇴근길 픽업하기 직전 자동차 에어컨을 가장 세게 틀어두는 배려는 갱년기 마누라를 포함한 온 가족이 일상을 평화롭게 영위해 나가기 위한 별거 아니지만 슬기로운 대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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