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은 생전에 번뜩이는 유머와 위트로 유명했다. 그런 그가 "유머의 숨겨진 원천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다. 천국에는 유머가 없다"고 밝힌 건 아이러니다. 즐거워서 유머러스한 게 아니라 유머마저 없으면 삶이 너무 고되다는 게 마크 트웨인의 속뜻이라고 한다면 없는 유머와 위트를 만들어서라도 우리는 죽을 둥 살 둥 즐길 필요가 있다.
기세가 전혀 꺾이지 않는 무더위 탓에 심신은 완전 넉다운이 됐다. 아래에다 유머와 위트랍시고 괴발개발 끼적이는 까닭이 얼른 원기를 회복해보겠다는 생존 전략임을 간파했다면 너그럽게 이해하고 읽어 주길 바란다.
• 우정friedship: 날씨 좋을 때는 두 사람이 충분히 탈 수 있으나 날씨가 나쁠 때는 오직 한 사람밖에 탈 수 없는 배ship
• 플라토닉platonic: 성불능인 남자와 불감증인 여자 사이의 애정에 대해 바보가 붙인 이름
• 치과의사dentist: 환자의 입에다 쇠를 집어넣은 후 환자의 주머니에서 동전을 빼내보이는 요술쟁이
(앰브로스 비어스, 『악마의 사전』에서)
• 수의사獸醫師 출신인 어느 나라 의원도 연설을 끝낸 다음 비슷한 야유를 당했다. "동물의 병이나 잘 돌보라"는 핀잔을 들은 것이다. 그러자 수의사 의원이 대뜸 상대방에게 물었다. "귀의원貴議員께서 지금 어디가 아프신 모양인데, 원하신다면 당장 진찰해드리겠노라"고. 진짜 동물은 너 같은 놈이라는 의미를 점잖게 둘러댄 푼수 아니겠는가. 같은 유머라도 직설법 대신 은유법隱喩法으로 말아 올리기 좋아하는 영국인, 그 중에서도 윈스턴 처칠 경이 남긴 그 많은 삽화揷話는 대충 주워섬기기조차 난감하다. 의회에서 여성 의원 아스터와 격렬한 응수를 벌인 끝에 나눈 대화 한 토막으로 때우자.
아스터··· 신이 만약 내 남편이었다면 홍차 속에 독약을 넣었을 거예요.
처칠···약 아스터 의원이 내 아내였다면 기꺼이 마셨을 겁니다.
(최일남, 『정직한 사람에게 꽃다발은 없어도』, 동아출판사, 80쪽에서)
• 정옥임: 야권 연대면 당을 통합하든가 하지 같은 당도 아니면서 왜 하나인 것처럼 행동하죠?
노회찬: '같으면 통합을 해야 하는데 다르기 때문에 연대를 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요, 우리나라랑 일본이랑 사이가 안 좋아도 외계인이 침공하면 힘을 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2012년, SBS 시사토론에서)
• 김성태: 정책 보복하지 마세요. 4대강도 이미 20조를 넘게 쓴 사업인데 지금 와서 그걸 철거하고, 물을 빼는 게 잘하는 일입니까?
노회찬: 네.
김성태: 에?
(청중 웃음)
(2018년 1월 2일, JTBC의 신년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에게)
• 남자를 불에 비유하는 유머는 에로티시즘에 기댄 측면이 크다.
10대: 부싯돌(불꽃만 일어난다)
20대: 성냥불(확 붙었다가 금세 꺼진다)
30대: 장작불(강한 화력에다 새벽까지 활활 타오른다)
40대: 연탄불(겉으로 보면 그저 그래도 은은한 화력을 자랑한다)
50대: 화롯불(꺼졌나 하고 자세히 뒤져보면 아직 살아있다)
60대: 담뱃불(힘껏 빨아야 불이 붙는다)
70대: 반딧불(불도 아닌 게 불인 척 한다)
80대: 도깨비불(불이라고 우기지만 본 놈이 없다)
• 자네는 지금 여편네 맛이 단 줄루 알 테지만 그것이 본맛이 아닐세. 여편네는 오미五味 구존具存한 것일세. 내 말할게 들어보려나.
혼인 갓 해서 여편네는 달기가 꿀이지. 그렇지만 차차 살림재미가 나기 시작하면 여편네가 장아찌 무쪽같이 짭짤해지네. 그 대신 단맛은 가시지. 이 짭짤한 맛이 조금만 쇠면 여편네는 시금털털 개살구루 변하느니. 맛이 시어질 고비부터 가끔 매운맛이 나는데 고추 당초 맵다 하나 여편네 매운맛을 당하겠나. 그러나 이 매운맛이 없어지게 되면 쓰기만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