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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Aug 25. 2024

시 읽는 일요일(167)

재춘이 엄마

            윤제림

 

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 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간월암(看月庵)같은 절에 가서

기왓장에 이름을 쓸 때,

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 밖에 없어서

‘김재춘’이라고만 써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

가서 보아라, 갑수 엄마가 쓴 최갑수, 병섭이 엄마가 쓴

서병섭,

상규 엄마가 쓴 김상규, 병호 엄마가 쓴 엄병호.


재춘아, 공부 잘해라!

   

   (재춘이는 엄청 부담스럽겠다만 독자는 그저 재밌고 기분이 좋아진다. 과문하나 감히 주장하는 바는, 유머 시를 쓸 줄 아는 시인이야말로 시로 인생사를 씹어 먹을 줄 아는 고수 중의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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