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경제성cognitive economy'이란 가설에 따르면 우리의 인지 및 지각엔 한계가 있어서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해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하려는 뇌의 활동은 정상적이다. 어떤 대상을 직접 감상했을 때와 비교해 사진 촬영을 했을 때 사람들은 대상 자체와 세부적 특징에 대한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를 '사진사의 기억 상실'이라고 하는데 그 원인이 '인지경제성'이라고 주장하는 인지심리학자들이 있다.
"피사체에 초점을 맞춰 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기억하는 임무를 아웃소싱하여 카메라에 맡긴다. 우리의 뇌도 기업과 같은 목적으로 아웃소싱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보를 나중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를테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을 때)에서는 사람들의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또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게 보면 사진 촬영이 '무시와 망각'의 원인이 되는 이유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
사진사의 기억 상실을 예방하는 요령은 있다. 단순히 피사체에 초점을 맞춰 셔터만 누르지 말고, 먼저 생각을 하고, 초점을 맞추고, 줌을 당기는 것이다. 미술관 견학에 참가한 피험자에게 중국 당나라 용사상 작품에서 특정 부분 한 곳을 확대해 찍도록 요구했다. 줌을 당겨 사진을 찍으면 사람들은 작품의 세부적 특징에 대한 기억을 잃지 않았고, 그때 기억은 작품을 단순히 감상했을 때 기억과 차이가 없었다. 즉 줌을 당기는 행위는 기억을 보존하거나 강화한다. 이때는 사진을 찍어도 단순히 관찰에 집중하는 경우만큼 대상을 잘 기억할 수 있었다. 줌은 나중에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장면을 무심히 담는 것에 비하면 훨씬 능동적인 촬영 방법이다.
사진사의 기억 상실은 우리 삶에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기억은 일인칭(우리의 눈으로 직접 보는 것처럼) 또는 삼인칭(우리의 모습을 비디오에서 보는 것처럼)으로 떠올릴 수 있는데, 삼인칭 기억은 일인칭 기억에 비해 생생하지 못하고 자신의 현재 감정과도 부합하지 않는 듯이 느껴진다. 삼인칭으로 기억할 때는 우울하고 비관적인 감정을 느낄 가능성도 높다. 여기서 기억 연구자들(레이철 자작, 린다 헨켈, 매리언 게리)은 흥미로운 논점을 제기한다. 결국 일반적인 셀카는 삼인칭 기억을 기록한다고 봐야 한다. 기억을 능동적으로 기록하기보다 자신이 관찰하는 장면 속에서 자신을 보는 것이니까. (그리고 셀카를 찍을 때 장면의 특정 부분을 줌 렌즈로 클로즈업할 리도 없으니까.) 그렇다면 셀카는 사진을 찍은 행복한 순간을 나중에 회상하기 어렵게 만드는 등 부정적 효과를 낳지 않을까?
기억연구자들은 여전히 수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한 가지 답은 이미 분명하다. 기억을 아웃소싱할 때는 그에 따른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억을 있는 그대로 완벽하게 기록하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믿을 수 없는 두뇌로 사진을 멋대로 해석하고, 입맛대로 고치고, 함부로 기억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