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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해서 얻은 포상휴가

by 김대일

휴가 나왔다 복귀를 앞둔 군인같았다. 과연 해병대라면서 돌격머리로 깎아 달라는 주문했다. 슬쩍 보니 낯이 살짝 익었다. 대여섯 달 전 해병대 입대를 앞두고 돌격머리를 깎아 달라던 혹시 그 청년? 그렇단다.

잊지 않고 찾아 줘서 고마웠다. 일병쯤 됐을 테니 정기휴가 나왔다 복귀 전에 머리 정비를 하나 부다 짐작했지만 포상휴가라나. 경험 상 군대에서 공로를 쌓을려면 군생활이 제법 익어야 해 통상 휴가 수순이라는 게 정기휴가 다음이 포상휴가여서 의아해했더니 국군의 날 행사 치른 뒤 나온 휴가라나.

반가웠던 마음이 이내 싹 가시고 성이 치밀었다. 보아하니 허우대 훤칠한 미남자인데 짬이 저 밑이라 해병대 몫으로 차출되었을 게 분명하다. 하필 가장 무더웠던 올 여름 피크 3개월 내내 열병식서껀 시가 행진 연습하느라 피똥깨나 쌌을 테고. 참고로 열병식 말인데, 안 해 본 사람은 모른다 그게 얼마나 고된 상 노가다인지. 행진 중에 오와 열 맞추기는 기본이고 흔드는 팔 각도까지 딱딱 맞춰야 하는 중노동을 30도가 넘는 땡볕 아래에서 무한반복하는 짓은 무모하다 못해 미친 짓이다. 아니나다를까 그 무더위에 픽픽 쓰러져 나간 장골들이 부지기수였단다. 인근 예비군훈련장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하니 잠자리조차 편하지 않았을 3개월 생고생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청년 부모도 골이 단단히 났던 모양이다. 나라 지키러 군대 보내놨더니 애먼 짓 하느라 사서 고생시키는 꼴을 자식을 군대 보낸 부모가 그러려니 이해한다면 그 부모가 더 이상하다. '부대 열중 쉬어'도 할 줄 모르는 국군 통수권자가 군대를 제 노리갯감으로 삼은 까닭이겠다. 그를 그 자리에 올린 이가 누구인가. 누가 누구를 탓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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