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Not In My Backyard, NIMBY)
: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롭지 아니한 일을 반대하는 행동
깎새가 세 든 건물과 1층이 카센터인 이 동네 통장 아줌마 건물은 차 한 대 겨우 지나다닐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다. 이웃해 있지만 건물주 아줌마와 통장 아줌마는 앙숙 중의 앙숙이다. 앙숙 관계야 깎새가 세 들기 전부터 유구한 탓에 철천지원수지간이 된 경위를 탐문하지 않는 한 알 길이 없지만 설령 알아냈다고 해도 그게 명확하고 공정할지는 심히 회의적이다. 사안을 두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게 불 보듯 뻔해서.
깎새 점방은 그 골목길 어귀에 면해 있다. 전봇대 하나가 장승마냥 우뚝 서 있는데 자고로 골목길 전봇대는 비양심의 온상이다. 담배꽁초로 늘 지저분하고 날이 으스름해지면 거기서 실례하는 취객도 적지 않으니까. 불특정다수가 피다 버린 거겠지만 염색약을 바르고 머리를 감기 전까지 그 20분을 기다리기가 지겨운 깎새 점방 손님이 거기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심심찮게 포착되는 바 일부 책임을 통감한다. 하루는 통장 아줌마가 깎새를 불러세워 직접 빗자루로 쓸며 담배꽁초를 치우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주변 청결에 내남이 따로 없다고 역설했을 때 딱히 반박할 수 없었던 까닭이겠다. 나아가 통장 아줌마는 차라리 빈 깡통을 마련해 재떨이로 삼으면 담배꽁초가 너저분하게 널려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고 당장 시행하겠노라 공언까지 했다. 그리하여 마련한 깡통은 중국 음식점에서나 쓸 법한 대용량 굴소스 깡통. 당신 뜻에 부응하기 위해 공들여 구했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려고 깡통 들고 카센터 주변을 몇 번씩 서성대고 나서야 거기에 물을 붓고 떨어진 꽁초 대여섯 개를 본보기로 집어넣은 뒤 골목길 어귀 전봇대 옆에 놔뒀다.
그러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 기분이 어째 찜찜해서 밖을 나가 보니 제 자리에 있어야 할 캔이 자리를 멀리 이탈해 차들이 오가는 도로 변 경계석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게 아닌가. 폐지 줍는 이들한테는 쇠로 된 깡통도 유용한 수집품이라 얼른 가져가라고 일부러 거기에 놔둔 게 분명했다. 혹시 임자 없는 깡통인 줄 착각해 채 갈까 봐 '재떨이용'이라는 글자까지 큼지막하게 써 붙여 주변을 청결히 함은 물론 통장 아줌마한테 더는 담배꽁초로 잔소리 듣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만천하에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무시한 채 용도 폐기를 시도한 자가 과연 누구인가. 잡히기만 하면 가만 두지 않겠노라 공연히 분개했다. 한편으로 통장 아줌마한테 쪼르르 달려가 정체 모를 방해 공작으로 인해 골목 청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을 미리 공지해 자기 선에서 할 최선은 다했다는 수작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통장 아줌마 입에서 뜻밖의 비난이 쏟아졌다.
"제 집 앞이라고 가만히 있질 않아. 참 이상하제."
깎새 건물주 아줌마가 깡통을 치웠을 공산이 크다는 짐작인데 제 건물 벽면에 이물 쌓인 꼴을 못 봐 얼른 치워 버렸을 거라나. 수리를 맡긴 차가 갑자기 몰리는 바람에 통장 아줌마는 자기네 폐기 쓰레기를 수리가 끝나면 도로 가져간다는 마음으로 옆 건물로 잠깐 옮겨 놓았지만(통장 아줌마 일방적 주장임을 명심하자) 그 새를 못 참고 그걸 도로 변에다 뿌려 버린 전례로 봐서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라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앙숙이 된 여러 사건 중 하나이겠다 싶었다. 만약 건물주 아줌마가 깡통을 치운 장본인으로 혐의가 짙다면 사전 정지 작업이 필요해졌다. 건물 미관을 살짝 해치긴 하나 거기에 깡통을 놓음으로써 생기는 이득이 더 크다고 우선 납득시켜야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깡통을 둬도 그길로 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 수틀리면 건물주 아줌마가 깎새 점방문을 박차고 들어와선 지저분한 깡통을 왜 건물 옆에다 두냐고 호통을 칠지도 모를 일이고. 통장 아줌마도 건물주 아줌마를 설득시키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한 발 물러섰다. 그럴 거면서 닦달은 왜 했는지 쓴웃음이 새나왔다.
아무튼 해프닝이 벌어지고 며칠이 지났건만 건물주 아줌마와 조우하질 못했다. 설마 일부러 안 만나 주는 건 아닐 테지만 필요할 땐 꼭 두문불출하는 건물주이다. 자기가 필요하다 싶음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면서. 하기사 달리 세입자 팔자일까. 이해가 안 가는 건 전봇대 주변 담배꽁초서껀 쓰레기 치우라고 건물주도 종종 잔소리를 해대면서 정작 재떨이용 깡통은 안 되는 심보가 도대체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