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수 없지

by 김대일

깎새 점방이 위치한 동네 원주민들이 염원하는 최대 이슈는 아마 재개발일 것이다. 한 달 전쯤인가 이차선 도로를 기준으로 저쪽 편에 자리한 5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노인(단골이기도 한)이 깎새더러 깎새가 세 든 건물을 포함해 도로 이쪽 편이 2년 안에 재개발이 될 게 확정적이라며 귀띔이랍시고 오지랖을 떨어댄 적이 있었다. 도로 저쪽 편은 상업구역이라 땅값이 비싸 재개발이 어려워 정작 자기 건물은 해당사항이 없지만 자기가 사는 주택은 도로 이쪽편 동네인지라 재개발이 이뤄지면 자기 건물 5층으로 냅다 들어와 살면 된다나. 기가 차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해서 "그럼 이쪽 편 건물에 세 든 장사치들은 어쩐대요?" 공허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탄식처럼 내뱉었더니 돌아오는 답이란 게,

"하는 수 없지 뭐."

엊그제는 가끔 들러도 입 한번 뻥긋 안 하던 나많은 노인이 이발의자에 앉자마자 대뜸,

"2년 안에 재개발된다는 소리 들은 적 있남?"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단도직입해 그냥 무시하려다가 달포 전 도로 저쪽 편 건물주 노인이 한 말이 퍼뜩 떠올라서,

"들은 적이 있긴 한데, 왜요?"

되물었더니 동네가 재개발이 됨으로써 돌아오는 주민 혜택을 국토부 공무원인 양 떠들어댔다. 이를테면,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동네 수준이 높아지고 집값도 올라가는데 지체할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혜택이 의미하는 바가 지가 상승에 방점 찍혀 있음은 삼척동자도 모르지 않는데 굳이 동네 수준 운운하는 게 가소로웠다. 말이 나온 김에, 부산은 매년 인구가 감소되는 추세가 고착화된 도시다. 인구로만 따지면 인천에 벌써 추월 당해 '제2의 도시'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진 지 오래인데도 하루가 멀다 하고 우후죽순 솟는 아파트를 보면서 도대체 거기에 누가 와서 사는지 궁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재개발 화두가 부상한다 해도 실현되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걸린다는 것쯤 기본 상식으로 알고 있지만 2년 뒤 도래할 신세계에 취해 있는 노인을 향해 달포 전과 똑같은 공허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던졌는데 돌아오는 답이란 게,

"하는 수 없지 뭐."

어찌나 얄밉던지 목덜미에다 찍어 누르듯 면도기를 들이대고선 뒷면도를 해대는 것으로 소심하게 앙갚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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