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깎새네 점방에서 50m쯤 떨어져 마주보는 이발소 회전간판은 화요일 정기휴무일만 빼고는 거르는 날 없이 이른 새벽부터 돌아간다. 늦어도 아침 6시10분 전후로 출근하는 깎새는 맞은편 삼색 회전간판이 돌아가는지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이상하게시리 그걸 확인해야 마음이 놓여서.
깎새가 사는 동네 목욕탕 건물 안 이발소도 만만찮다. 도대체 몇 시에 출근하는지 목욕탕 이발소 영감을 붙잡고 물어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노병은 죽지 않았고 사라지지도 않았다"고 호소라도 하듯 목욕탕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회전간판은 새벽 5시면 어김없이 돌아가니까.
두 이발소는 다른 듯 비슷하다. 깎새네 점방 맞은편 이발소는 자가건물이지만 목욕탕 이발소는 세 들어 장사를 한다. 과거에 누렸던 번영을 뒤로 하고 지금은 가뭄에 콩 나듯 몇몇 단골을 받기에도 힘이 부치는 조락함은 서로 닮은 꼴이다. 두 이발소 회전간판이 비록 영고성쇠의 무상함을 도드라지게 연출하는 클리셰로 비칠지는 몰라도 어제에 이어 오늘, 오늘을 거쳐 내일도 새벽을 어김없이 깨울 게 분명하다면 그 시종여일한 기백이 오히려 감동스럽다.
그런데, 지난 수요일 깎새가 점방 문을 열자마자 낯선 손님이 들어왔다. 맞은편 이발소를 12년째 드나든 단골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깎새가 커트하는 꼴을 유심히 관찰하고서는 작심한 듯,
"이발을 하면 모양이 점점 삐뚤빼뚤인 거야 맞은편 이발소 사장님이. 예전같지 않아 나이가 들어서. 오늘은 또 백내장 수술해서 실밥 풀러 가야 해 하루 장사 안 한대지 뭐야. 나는 열흘마다 머리를 깎아야 해요. 믿고 맡길 만한 데야 해. 이참에 확 바꿀까 싶어."
손님 말을 듣고 내다보니 아니나다를까 이발소 회전간판은 돌아가지 않아 맥이 빠져 있었다. 날은 진작에 밝아 생기발랄한 아침을 맞았건만 황혼녘에 스러진 그림자처럼 회전간판이 처량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