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10)

by 김대일

오래된 농담

천양희



회화나무 그늘 몇평 받으려고

언덕길 오르다 늙은 아내가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합환수 가지 끝을 보다

신혼의 첫밤을 기억해낸

늙은 남편이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그늘보다 몇평이나 뚱뚱해져선

나, 생각보다 무겁지? 한다

그럼, 무겁지

머리는 돌이지 얼굴은 철판이지 간은 부었지

그러니 무거울 수밖에

굵은 주름이 나이테보다 더 깊어 보였다


굴참나무 열매 몇되 얻으려고

언덕길 오르다 늙은 남편이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열매 가득한 나무 끝을 보다

자식농사 풍성하던 그날을 기억해낸

늙은 아내가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열매보다 몇알이나 더 작아져선

나, 생각보다 가볍지? 한다

그럼, 가볍지

머리는 비었지 허파엔 바람 들어갔지 양심은 없지

그러니 가벼울 수밖에

두 눈이 바람 잘 날 없는 가지처럼 더 흔들려 보였다


농담이 나무그늘보다 더더 깊고 서늘했다


'뚱뚱하다'와 '작다'로, '무겁다'와 '가볍다'라는 시어로 서로를 꼴도 보기 싫은 웬수덩어리 같은 존재로 여기는 부부다. 단단한 속뜻이 뼈 마디마디에 박힌 농담을 던지면서도 언덕길 오르다 깊은 숨 몰아쉬는 배우자를 업어주는 게 또한 부부다. 나이테보다 더 깊어 보이는 굵은 주름, 바람 잘 날 없는 가지처럼 더 흔들려 보이는 두 눈에는 부부의 오랜 풍상고초가 묻어난다. 그러니 그들이 나누는 농담마저 깊고 서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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