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자정쯤 기숙사에 있는 큰딸에게서 난데없이 연락이 왔다.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면서 대통령이나 정부를 향해 어떠한 정치적 행위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아비가 가끔 불온한 글을 써서 올리는 걸 녀석은 잘 알고 있어서다. 서슬퍼런 계엄사 포고문을 보고서 혹시 아비가 그런 짓으로 잡혀 갈지 모른다는 엉뚱한 공포감이 엄습했던 모양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지만 알겠다고 진정을 시켜 전화를 끊은 뒤 뉴스를 뒤졌다. 이십대 창창한 청춘에게 계엄군이라는 강제적 물리력에 의해 자유를 박탈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피부에 와닿게 만든 건 오롯이 기성세대의 과오이다.
얼마 뒤 계엄 해제가 되었다는 뉴스가 떴다.
자,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자명해졌다. 정치적 자살을 자행한 시체를 한시라도 빨리 무대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