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정리

by 김대일

해답이 없는 물음을 가지고 고민한다. 그것은 결국 젊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달관한 어른이라면 그런 일은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나는 청춘이란 한 점 의혹도 없을 때까지 본질의 의미를 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자기에게 도움이 되든 그렇지 않든, 사회에 이익이 되든 그렇지 않든 ‘알고 싶다’는 자기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갈망과 같은 것을 솔직하게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는 좌절과 비극의 씨앗이 뿌려져 있기도 합니다. 미숙하기 때문에 의문을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합니다. 위험한 곳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이 청춘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상중, 『고민하는 힘』, 이경덕 옮김, 사계절, 2009 에서)​


점방에 들앉아 세월아 네월아 시간 죽이는 깎새 노릇에 세상이 다 편하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문제는 사람이 나날이 멍청해져 간다는 거다. 매상 올릴 방도가 없나 기껏 궁리할 뿐 그럴싸한 고민이라는 걸 안 하니 안이함으로 일상은 안일하다. 이런 식이면 인색한 스크루지 영감을 영락없이 빼다 박겠지만 나중에 그 영감은 회심이라도 하지 도대체가 개선의 여지랄 게 없이 산다.

거실 책장을 치우고 소파를 들일 예정이니 책들을 내다 버리든지 고물상에 팔아 먹든지 싹 치우라는 최후통첩에 준하는 마누라 잔소리를 더는 귓등으로 흘리지 못 할 지경에 이르렀다. 휴무일이었던 지난 화요일, 책장 한두 칸을 정리하면서 사 놓고는 안 읽은 책이 읽은 것보다 더 많은 사실에 부끄러웠다. 딴에는 심각한 고민에 봉착해 위로받을 요량으로 샀던 책이었을 테다. 허나 고민할 시한이 지나 버렸든지 혹은 그 고민이라는 게 책의 힘을 굳이 빌지 않아도 될 경박하고 값쌌든지 책장에 처박아 놓고 잊고 지냈다면 잊혀진 책과 더불어 고민하는 힘까지 포기한 채 까무룩 잊혀진 셈이다.

해답이 없는 물음을 고민하기에는 깎새 나이가 젊지 않다. 허나 고민이 청춘의 전유물만은 아닐 터, 해가 뜨면 사라지는 아침 이슬처럼 짧고 덧없는 인생일지언정 깨어 있는 머리와 식지 않은 가슴으로 살고 싶다. 주섬주섬 챙긴 책들을 점방에 들였다. 책으로 시간 죽이는 연습을 다시 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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